의대 증원 전공의 집단 반발… 의사단체 집단행동시 영향력 막강정부도 강대강 대응… 진료유지명령에 면허정지 카드까지 꺼내尹정부, 출범 초기 화물연대 총파업 홍역 치르며 법·원칙 중요성 배워국민 위한 구조 개혁에서 밀리면 제2·제3 집단반발 불 보듯 뻔해"정책기조 흔들리면 결과 안 좋을 것… 사전 대화·설득 부족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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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와 관련해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며 실력행사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태가 윤석열 정부 구조개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잖다. 국민을 볼모로 한 이해 집단의 단체행동에 꼬리를 내릴 경우 노동, 교육 개혁 등 제2, 제3의 개혁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19일 정부는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의사들의) 집단행동 시 공공의료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것이다.또한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다.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지도록 대응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한 총리는 "상황 악화 시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면서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공휴일에도 진료하도록 하겠다. 12개 국군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시 외래 진료까지 확대하겠다"고 부연했다.한 총리는 "서울 5개 대형병원 전공의가 집단 사직서를 내고 내일부터 병원 근무를 멈춘다고 한다. 국민의 바람에 반하는 안타까운 결정"이라면서 "의대정원 증원 계획은 붕괴하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고치는 더 큰 의료개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정부는 이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또한 의사단체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집단행동으로 말미암아 중증·응급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상담은 물론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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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 기조는 분명하다는 게 세종 관가 안팎의 평가다. 정부 관계자들은 의대 증원 '숫자'에서 적당한 타협이나 후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다.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규모 축소 가능성에 대해 "2000명이라는 숫자가 많지 않다. 협상을 통해 숫자를 늘리고 줄이고 할 문제는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정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 2명에 대해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당사자 의견을 들은 뒤 이들이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나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의사단체의 단체행동에 밀리지 않고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무엇보다 윤 대통령 의지가 확고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인 2020년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려다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막혀 포기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따로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변동 없다. 국민만 보고 원책대로 대응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한번 의료개혁의 중요성을 거론하고 의대 증원의 시급함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학습 효과도 있다. 윤 대통령은 정권 출범 첫해인 지난 2022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를 통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6월 1차 파업 때 윤 정부는 글로벌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복합위기와 맞물려 파업 장기화에 따른 물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조바심을 내고 논란이 됐던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일단 연장하기로 사실상 태도를 바꿨다.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언급하며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이번 주 산업계 피해가 늘 수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고, 이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타협이 이뤄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당시 협상 타결을 법·원칙의 승리가 아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부가 집단시위를 벌인 이해집단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며 "현재의 안전운임제가 문제가 있어 일몰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반도체, 자동차, 소주 출하까지 못 하게 힘을 과시한 이해집단에 끌려다니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었다.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헌법 위에 '뗏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밥그릇 챙기기 위한 실력행사에 (정부가)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법과 원칙이 세워지겠느냐"고 아쉬워했었다.정부의 이런 태도는 결국 같은 해 12월 화물연대의 2차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6개월 뒤 윤 정부는 달라졌다. 1차 총파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소위 귀족노조의 정치·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을 내세워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당시 바닥권에 머물던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며 5개월여 만에 40%를 넘어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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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 짙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이 체감하는 구조개혁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윤 정부는 충분한 논의 없이 포퓰리즘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주 52시간제 등 이른바 '문재인표' 정책을 손보겠다고 했지만, 설익은 정책 추진으로 역풍을 맞아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뉴데일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윤 정부의 개혁 성과에 대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원했던 만큼의 성과는 못 내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만큼 안 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부총리는 "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게 노동 개혁이다. 바세나르 협약(노사정 대타협), 하르츠 개혁 같은 것을 해야 한다"면서 "노동개혁이 된다고 노동생산성이 갑자기 몇 배 뛰어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기초체력이 떨어진 우리나라 경제를 되살리려면 강도 높은 규제 개혁을 통해 혁신 성장 동력의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간 중 기자들과 만나 "(잠재성장률의) 장기적 목표를 2% 이상으로 가는 방향을 말하고 싶다"면서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노동시장 구조조정, 경쟁 촉진, 여성·해외 노동자 활용 등 구조개혁을 강조했다.일각에선 윤 정부의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 드라이브와 관련해 이번 의료계 집단행동 사태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다 보니 단체행동에 나섰을 때 가장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고 평가받는 의협 등 의사단체가 집단적인 실력행사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게 될 경우 제2, 제3의 구조개혁도 핵심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국민의 80%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며 "당장 의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의사 배출은) 6년 뒤에나 이뤄진다. 이번 의사 증원의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인 만큼 정부가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정책 기조를 누그러뜨리고 양보한다면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치밀하게 의사들을 사전에 설득하고 상의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의사 출신인 박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화를 해야 한다. 강 대 강 대치상황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번 사태로) 환자 피해가 없어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