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SK렌터카 지분 매각 추진21년 탈 상사 선언… 사업형 투자회사로과거에도 LPG사업 팔아 투자재원 마련
  • ▲ SK네트웍스 삼일빌딩 전경.ⓒSK렌터카
    ▲ SK네트웍스 삼일빌딩 전경.ⓒSK렌터카
    SK네트웍스가 SK매직 가전사업부 일부에 이어 SK렌터카 지분 등 자산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성 낮은 사업을 정리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27일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매각과 관련 외부자문사를 통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나 그 외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공시했다. SK렌터카 지분 매각 추진 보도 관련 한국거래소의 조회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전날 한 매체는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물밑에서 가능성을 타진 중이며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SK네트웍스가 지난해 SK렌터카 주식을 장내에서 공개매수해 자진 상장폐지했는데, 이때부터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가 2018년 옛 AJ렌터카 지분 42%를 3000억원에 인수해 탄생한 회사다. 현재 SK네트웍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네트웍스는 작년 8월 SK렌터카 공개 매수 계획을 밝혔고, 이후 포괄적 주식 교환을 거쳐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공개 매수 후 SK렌터카는 자진 상장폐지됐다. 

    SK네트웍스의 이 같은 행보는 사업 재편 가속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21년 기존 종합상사의 영역을 벗어나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성장성 높은 미래기술에 투자, 이를 활용해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초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형 투자 회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AI민주화’를 추진해 누구나 자유롭게 AI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영업이익을 지난해의 약 3배인 7000억원대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기존 사업을 재편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AI 사업과 연계 가능성이 낮은 SK렌터카 매각에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의 알짜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다. 굳이 수익성 측면에서 SK렌터카의 지분을 팔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 SK네트웍스 연결 영업이익 2373억원의 66.7%가 SK렌터카의 영업이익에서 기인했다. 또한 최근 아울러 완전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SK렌터카의 배당금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현금 지출을 상쇄할 수 있는 회사였다. 

    그러나 사업 구조 재편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매각 가능성이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17년에도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던 LPG사업을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투자재원 확보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LPG 충전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음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 발표는 예상을 벗어난 이벤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부터 사업부문 상당수를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말 SK매직의 가스레인지 및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등 가전사업부를 경동나비엔에 매각한 데 이어 최근 자회사인 온라일 모빌리티 쇼핑몰인 카타니의 매각 작업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최근 SK그룹의 사업 재편 움직임과도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은 올해 들어 투자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비주력 투자자산을 파는 등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해당 과정에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진단 작업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렌터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잠재적인 매물로 평가돼왔다”면서 “신사업 목적으로 인수했겠지만 초반에 대규모 자금을 들인 후 몇 년에 걸쳐 소비자로부터 자금을 쪼개 받는 사업 모델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렌터카 산업의 경쟁이 치열한데다 성장성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매각작업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