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력망 현대화 구축 공약 내세워노후 전선망 교체, 전력 수요증가로 호실적현지 공장 가동하며 성장세 지속 예정
  •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내 전력망 노후화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국내 전력망 기업들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AI 산업 기반과 전력 인프라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워 국내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예정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한 1조1452억원, 영업이익은 17.8% 늘어난 111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 25.0%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며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조212억원, 영업이익은 66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약 0.1%, 5.2% 줄어든 수치지만 초고압 변압기 수주잔고는 3분기 기준 약 2조9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6% 올랐다.

    전력망 산업 호황으로 전선 업체들도 수혜를 받고 있다. LS전선은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3조3646억원, 영업이익은 154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1.8%, 5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주잔고는 5조6216억원으로 48.1% 늘었다.

    대한전선은 올해 미국에서만 총 7200억원 이상의 수주액을 달성하며 북미 시장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2년 약 4000억원 수준보다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이다.

    전력, 전선 업계 호실적의 요인으로는 미국의 변압기 교체 수요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전체 변압기의 70%가 30여 년 전에 설치돼 교체 시점을 지나고 있다. 저렴한 화석연료 에너지를 이용해 제조업을 강화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손실 없이 보낼 수 있는 변압기가 필수적인 상황.

    게다가 미국이 AI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며 자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전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전력망 현대화를 목표로 공공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이에 맞춰 국내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일찌감치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해 판관비의 최대 24.0% 수준인 운송비 부담과 관세 부담을 줄여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LS전선은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한 장거리 전력망 수요로 미국 버지니아주에 약 1조원가량을 투자해 6만6115㎡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2027년 완공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0m 규모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도 갖춘다.

    효성중공업은 2019년 12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를 4650만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2024년 7월에는 미국법인 효성HICO가 유상증자를 진행해 670억원을 투입해 변압기 생산능력을 배로 늘렸다. 

    LS일렉트릭도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대열에 합류해 2023년 7월 텍사스주 배스트롭에 4만6000㎡ 넓이의 토지와 부대시설을 매입해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는 선거 공약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력한 대중 제재 계획을 발표해 이 또한 국내 전력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한다. 이전에도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5월 중국산 전력 장비 조달 금지를 선언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에너지 자립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력망과 그리드의 현대화 공약을 내세웠다. 전력 인프라 개선을 위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스마트 그리드 구축, 분산형 전력 시스템 확대, 뉴시티 10곳 건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전력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2015년부터 2018년 국내 전력기기 판매분에 대해 60%가 넘는 고율의 관세를 매긴 전적이 있어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전 정부에서도 전력 인프라 재건을 위한 연방자금 집행 계획 등이 발표됐지만 재원 조달 방안을 두고 난항을 겪으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이전 정권의 친환경 정책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거나 축소돼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지난 9월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IRA 백지화 가능성으로 미국에서 진행 중인 투자에 영향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 (혜택을)받고 앞으로 받게 되는 부분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기적인 전략 방향을 수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주 물량이 충분하며 추가 수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