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로니, 슈뢰더 전 총리 등 정치생명 걸고 개혁 일궈낸 리더십 주목총선 앞둔 尹, 의료개혁 등 기득권과의 싸움 '정책적 순수함' 인정해야10대 비인기 과제 尹 뚝심 반영 "정치적 반대에도 국가 위해 옳은 일"
  • ▲ 지난 26일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지난 26일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이 지녀야 할 지도자 역량으로 '정치적 용기'를 꼽는 리더십 전문가들이 많다.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결단력을 갖고 밀어붙일 '뚝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1년 당시, 캐나다 여당(보수당)을 이끌었던 브라이언 멀로니 총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고질적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 반발을 무릅쓰고 연방 부가가치세 도입을 강행하는 재정개혁에 승부수를 띄웠다. 

    2년 뒤 선거에 참패하면서 169석에 달했던 의석이 단 2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캐나다는 재정적자에서 벗어나 경제 활력을 되찾았다. 멀로니는 '캐나다의 레이건'으로 불리게 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그의 결단은 국가 지도자의 모범사례로 등장한다. 

    노동·연금·복지 개혁에 앞장섰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비슷하다. 그는 자신의 인기가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하르츠개혁을 했다. 슈뢰더는 장기간 정권을 잃었지만 하르츠 개혁으로 '유럽의 병자(病者)'였던 독일에 경제 부흥의 기틀을 마련해줬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역시 강성 노조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영국병'으로 불렸던 노조 개혁과 우체국 민영화 등의 개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위기를 겪었지만, 그의 희생 끝에 영국은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집권 만 2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곧 총선을 치르는 그에게 이번 선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권 기간에 대한 평가의 무대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파열음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에게 총선 환경은 녹록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기득권과의 싸움'이 결코 이로운 이슈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윤 대통령이 의료 개혁을 국정 화두로 꺼낸 것은 왜일까.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전반의 주요 정책에 대해 불이익을 받더라도 국익과 국가 미래를 위해 의연하게 추진해왔다는 점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화물연대 불법 대응 ▲민주노총 건설 현장 폭력 혁파 ▲노조 회계 투명화 ▲사교육 카르텔 혁파 ▲늘봄학교 추진 ▲원전 정책 정상화 ▲한일관계 정상화 ▲건전재정 기조 구축 ▲R&D(연구개발) 예산 혁신 ▲의대 증원 통한 필수 의료 확충 등 국정 아젠다들을 인기와 관계 없이 추진해 왔다.

    이들 정책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들여다 보면 윤 대통령의 '뚝심'과 '진심'이 오롯이 배어나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떠나 윤 대통령의 '정책적 순수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①화물연대 운송거부로 4.3조 산업피해 … 파업 끊고 제도 개선
    우선 집단 운송거부로 국가 물류 마비를 불러온 '화물연대 불법 파업'이 꼽힌다. 화물연대는 주기적인 파업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혔는데 2022년에도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했다.

    당시 명분 없는 파업으로 4조3000억원의 산업피해를 야기하며 국가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었으나 역대 정부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법과 원칙을 내세운 엄정 대응으로 파업 철회를 끌어냈고 표준운임제 등 합리적인 제도개선 발판을 마련했다.

    ②불법 건폭에 정면으로 맞서 … 148명 구속 등 무관용 대응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불법 폭력(건폭)에 정면으로 맞선 것도 그중 하나다. 건설 현장은 공갈, 업무방해, 뒷돈요구, 폭행 등 일부 노조의 불법이 판을 치는 경우가 많았고 공사 지연으로 분양 주택 입주 지연 등 피해가 컸다.

    당시 경찰 특별 단속으로 4829명 송치, 148명을 건폭 관련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이른바 '월례비 갈취'로 문제된 타워크레인 현장 점검으로 54명 적발, 11명 처분 등 무관용으로 대응해 자칫 커질 수 있는 노정 갈등의 불씨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③1000억대 예산 쓰는데 깜깜이 회계 … 회계 투명성 마련
    민주노총 등이 연간 1000억원대 예산을 쓰면서도 회계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문제를 바로잡은 '노조 회계 투명화'도 마찬가지다. 깜깜이 회계로 국민과 노조원의 불신이 계속되자 정부는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회계공시제도를 추진했다.

    당시 노동계는 이 공시제도를 노조탄압 수단이라며 반발했지만, 정부가 노조를 대상으로 제도 취지 설명 및 공시 참여 설득을 통해 양대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의 91%가 넘는 동의를 이끌어 회계공시 참여라는, 노조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④사교육 카르텔에 메스 … 대학입시 공정 가치 회복  
    전·현직 교사의 시험문제 제공 등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메스를 댄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꾸준히 증가하는 사교육비, 학원만 배를 불리는 상황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게 희망 없는 모순이 발생하자 범정부 차원에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은밀한 카르텔을 밝혀내기가 어려웠지만, 무너진 공교육 회복이 절실했던 만큼 범정부 대응으로 사교육 부조리 혐의자 163명을 수사하고 95명 검찰 송치, 또 교원·학원 관계자 56명을 수사 의뢰하는 등 대학입시의 공정 가치 회복에 힘을 실었다.

    ⑤교원 불만 늘봄학교, 안착 총력 … 2026년 전학년 확대 성과
    늘봄학교(전국 모든 초등학교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방과후 교육만으로는 돌봄의 공백을 해소하기 어려워 19만명의 초등 교원들의 불만을 무릅쓰고 전격 추진에 나서야 했다.

    학교와 교원 업무부담 가중, 늘봄학교 투입 교사의 열악한 처우 등 우려가 컸지만 관련 단체·노조와의 간담회, 전담인력 확보 등을 다각도로 추진하면서 늘봄학교 안착에 총력을 기울였고, 올해 초등 1학년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전학년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

    ⑥탈원전 세력과 투쟁 '원전 정책 정상화'로 산업생태계 복원
    원전 정책 정상화는 탈(脫)원전 세력과의 투쟁이라고 할 만큼 험난했다. 첨단산업이 발전하려면 양질의 전력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원전 없이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어렵다. 특히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을 강조하는데 우리나라만 원전을 줄이려고 하는 문제가 컸다. 

    망가진 원전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추진 절차 18개월 단축, 계속 운전 대상 원전 10기 지속 운영, 원전 관련 기업에 금융·선금 지원 등 행·재정적 지원에 나섰고, 이를 통해 고용·투자·수출 등 산업 생태계를 전방위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원전 관련 기업 매출은 2021년 21조6000억원에서 2022년 2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고용도 같은 기간 3만5000명에서 3만6000명으로 확대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업계의 투자 금액 역시 같은 기간 1400억원에서 2500억원까지 대폭 늘었다. 

    ⑦정치적 불이익 감수 한일관계 복원, 수출규제 해제 등 성과
    한일관계 정상화는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한 모험이었다. 강제징용·위안부 등 과거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이 많아 잘못 건드렸다가 자칫 역풍이 불 수 있었지만,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였다. 

    정부는 정치적 논란에도 한일 양국 소통 채널을 복원하면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이끌었고 그간 묶였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해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통화 스와프 재개, 민간 협력을 통한 강제징용 해법 발표 등 경제·안보·민간협력 등에서 성과를 도출해냈다.

    ⑧文정부 확장재정 여파 나랏빚 400조 급증, 미래세대 위해 수습
    '건전재정' 기조를 구축하면서 정치적 인기를 포기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권력은 없다. 하지만 이전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여파로 나랏빚이 400조원 이상 불어나 경기 침체를 불러온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폭 늘어난 현금 살포 등 심각한 재정지출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보조금 이권 카르텔 등 특정 집단의 반발이 있었으나 원칙 대응으로 맞섰고, 예산 편성 및 의결 과정에서도 국회 설득으로 총지출 확대를 막을 수 있었다. 인기 영합적인 쉬운 길 대신 미래세대의 짐을 덜고자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다.

    ⑨과학계 반발 R&D 구조조정, 나눠먹기식 비합리적 구조 정리 등 개선
    과학계의 거센 반발을 몰고 왔던 R&D(연구개발) 혁신도 있다. 그간 국가 R&D는 정작 지원해야 할 인공지능(AI) 등 게임체인저 분야 지원은 부족하게 운영했고 나눠먹기식 비합리적 사업이 많아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R&D 다운 R&D로의 개혁'을 기치로 나눠먹기식 비효율적인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AI‧첨단바이오‧양자 등 국가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투자 추진을 이뤄냈다. 과학기술계 20년 숙원인 연구생활장학금 도입 등 이공계 학생들이 학비‧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에 매진하는 환경도 일궜다. 

    ⑩기득권과의 전쟁 '의대 증원' 필수 의료 확충 위해 결단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인 '의대 증원'도 정치적 부침을 감수하면서 진행 중인 개혁 과제다. 정부의 대화 손짓에도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잇달아 제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의료 공백과 의정 갈등이 극에 달했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완결적 필수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정면 돌파가 불가피했다. 이에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함께 전공의 수련개선,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필수 의료 보상 강화 등 개혁 과제를 추진해 나가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개혁 완수에 매진 중이다.
  •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캐롤라인 케네디 미국 존 F. 케네디(JFK) 재단 명예회장(주호주미국대사)으로부터 '용기있는 사람들 상(랜턴)'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캐롤라인 케네디 미국 존 F. 케네디(JFK) 재단 명예회장(주호주미국대사)으로부터 '용기있는 사람들 상(랜턴)'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권 내에선 기득권·불합리에 맞선 이 10대 추진과제가 적어도 대통령 스스로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과 그 안에서 책임까지 지려고 했던 강한 '결단'으로 보고 있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지율 하락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인기 영합의 정치가 아닌 사회 전반에 퍼진 적폐를 청산하려는 뚝심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존 F. 케네디 재단(JFK 재단)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용기있는 사람들 상'을 수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JFK 재단은 상을 수여한 이유로 한일 관계 개선 사례를 들며 "자국 내 정치적 반대에 직면하고 있지만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밝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상을 수여한 캐롤라인 미 존 F. 케네디 재단 명예회장은 윤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이 이 상의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는데,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국민, 국가를 위한다는 이 근본 기조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에게 닥친 최우선 과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고 노동·교육·연금 등 굵직한 개혁 과제도 무리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4·10 총선 이후 집권 3년 차에 돌입하는 만큼 정치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미움받을 용기'로 개혁을 완수하고 경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