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주담대 구조 개선 신 행정지도 시행순수고정금리 대출 목표비율 30% 제시금리하락기 고정금리 확대 주문...은행권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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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리스크 확대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은행권은 난감한 표정이다. 올 하반기를 전후해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한데 오랜 기간 금리가 묶이는 고정금리 상품을 소비자들이 선호할지 의문이다.

    ◇ 은행 자체 장기 고정금리 대출 30% 넘겨야

    금융감독원은 3일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구조 개선 신(新) 행정지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행정지도에선 은행 자체적인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목표비율이 신설됐다. 올해 목표비율은 30%로 제시됐다.

    금감원은 주택담보대출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확대하도록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혼합형와 정책모기지 등을 포함해 고정금리대출 비율을 따졌지만, 신설된 목표비율에선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 자체 주담대 중 순수고정형과 주기형(금리변동 주기 5년 이상)만 인정한다.

    그간 은행들은 대부분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변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고정금리 비중을 높여왔다.

    하지만 지난 금리인상기 때 고정금리 기간 5년을 끝마치고 변동금리에 진입한 차주들이 금리변동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보다 빡빡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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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감독원 제공
    ◇ 은행‧소비자 대상 고정금리 유인책 강화

    금융당국은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늘리기 위한 유인책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올해 1분기 중으로 장기모기지 상품이 경쟁력 있는 금리로 제공될 수 있도록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에 대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커버드본드에 대한 예수금 인정 한도도 현행 1%에서 2~4%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경우 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예대율 관리가 손 쉬워질 수 있다. 

    당국 관계자는 “민간에서 장기 고정금리대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조달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여러가지 조달 수단 중 국제적으로 고정금리 조달에 많이 쓰이는 수단 중 하나가 커버드본드”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장기·고정금리 대출 공급도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통해 변동금리 상품의 조건을 더 불리하게 했다. 스트레스 DSR 산정때 변동금리 대출에는 보다 많은 가산금리가 부과돼 고정금리 상품 대비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 “금리 떨어지는데…고정금리 못 권해”

    장기 고정금리 확대는 향후 금리변동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여가기 위한 취지지만, 글로벌 통화 긴축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정책 시기가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고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연내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하반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미 코픽스 등 지표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49%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내려 3개월째 하락했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 금리는 연 3.96%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하락해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금리하락 때 매력이 떨어지는 고정금리 상품을 등 떠밀려 팔아야 하는 은행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고객들은 변동금리를 선호한다”면서 “금리 상승기에는 소비자에게 고정금리를 권유할 수 있겠지만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권유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