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4억달러, TSMC 66억달러 수혜파운드리 없는 일본 "우리는 못 받나" "첨단공정 유치 어려워" 회의론 고개
  • ▲ JASM 일본 구마모토 본사 전경 ⓒJASM
    ▲ JASM 일본 구마모토 본사 전경 ⓒJASM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끝으로 최첨단 비메모리(파운드리) 반도체 분야 지원금 지급을 마무리 지으면서 여기에 속하지 못한 일본이 낙담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 부활을 꾀하고 있지만 앞서가는 한국, 대만 기술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데다 수조원을 투입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있지만 첨단공정을 확보하긴 어렵다는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 규모 지원금을 지급하며 미국에 투자하는 최첨단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마무리 지은 가운데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일본에서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일본 언론도 삼성이 미국 정부로부터 세번째로 큰 보조금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잇따라 전했다. 일본인들은 다수의 댓글을 통해 미국 보조금을 받는 일본 반도체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야후재팬 등 일본 웹사이트에선 "일본이 한국에 또 졌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자조가 이어졌다.

    한국이 반도체를 무기로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미일관계를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까지 나왔다. 전날 미국 정부는 삼성 보조금 규모를 확정지은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을 통해 "삼성의 대미 투자 발표는 '미국에 투자하라(Invest in America)'라는 나의 의제와 한미동맹이 미국에 어떤 기회를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밝히면서 지난 2022년 5월 방한해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등 한국 과의 반도체 협력 관계를 언급해 이목을 끌었다. 일본 여론도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해 반도체를 중심으로한 한일관계 구축에 위기감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입지를 다지는 반면 일본은 무너진 반도체 산업을 재건하는 데 한창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번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을 정도로 기술이나 규모로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에 대적할만한 반도체 기업이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 현실이다.

    이런 한계를 인식해 일본 내 유수 기업들이 연합해 '라피더스'라는 새로운 반도체 기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소니와 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물론이고 도요타, 덴소 등 제조기업과 소프트뱅크, 비쓰비시UFJ은행 등 금융기업들까지 8개 대기업들이 모여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하지만 라피더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이들이 기존의 막강한 반도체 기업들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전망은 희박하다. 일본 정부가 여기에만 약 3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향후 추가적으로 5조 원 넘는 지원을 퍼부어도 30~40년 넘는 업력과 기술력을 갖춘 상위 기업들을 따라가기엔 벅찰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하다. 일본 내에서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라피더스가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다.

    자력으로는 반도체 산업 부활을 이끌어내는데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지한 일본 정부는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보조금만 8조 원 규모를 투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까지 합치면 지원 규모는 1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약 30조 원이 넘는 관련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까지 마친 상태다.

    현재로선 이 같은 수혜를 톡톡히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TSMC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만 약 8조 원 가량이 투입되는데 이 중 상당수를 일본 정부의 보조금과 세액공제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본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TSMC가 일본 외에도 이번에 대규모 보조금을 받게 된 미국에서 투자 규모를 대폭 키웠고 독일 등 유럽에도 생산공장 신설에 나서면서 글로벌 곳곳에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분산하는 전략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국인 대만 내에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집중적으로 확대할 계획까지 밝혔다.

    이렇게 생산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일본 생산라인은 첨단 공정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 정부는 TSMC의 첨단 공정이 여전히 대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TSMC가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생산기지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최첨단 1.4나노와 1나노 공정은 대만에서 생산을 이어갈 것이라 확신했다. 미국은 TSMC가 자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2나노 제품까지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일본 내에서도 TSMC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줘도 결국 최첨단 제품은 타국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일본이 어떤 전략으로 글로벌 공급망 확보전에 나서게 될 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