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밥캣, 에너빌→로보틱스 이동에너빌·밥캣 주주 반발… "주주가치 훼손"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 언급없어'반대' 주식매수청구권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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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그룹
    두산그룹 개편안의 최대 수혜자로 ㈜두산과 두산로보틱스가 지목되는 가운데 그룹 캐시카우를 내주게 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들의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업 개편으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외 주주들을 설득할 만한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분할, 로보틱스와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룹 사업구조를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 등 3대 축으로 재편하기 위한 핵심 과정으로, 로보틱스와 밥캣 시너지를 극대화해 무인·자동화 솔루션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과정은 이렇다.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 지분 46%를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 신설 투자회사 지분을 로보틱스가 전량 이전받는 대가로 에너빌리티 주주에 신주를 발행한다. 이후 로보틱스는 밥캣의 잔여 지분 54%를 공개매수해 100% 자회사로 흡수하고, 밥캣을 상장폐지한다.

    그룹 개편안에 대한 ㈜두산, 에너빌리티, 밥캣, 로보틱스 주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두산과 로보틱스는 이번 개편의 수혜자로 지목된다. ㈜두산의 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은 13.8→42%로 증가, 지배력 강화 및 배당수익 확대가 예상된다. 로보틱스도 밥캣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내재화하면서 밥캣의 영업망 활용 등 사업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반면 매년 1조원 이상 이익을 내는 알짜 자회사를 내줘야 하는 에너빌리티 주주는 반발하고 있다. 밥캣 주주들도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 자회사로 회사가 편입되는 데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존속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은 시점에 합병을 결정함으로써 소멸회사 주주 이익이 침해됐다는 데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합병비율에 따라 에너빌리티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사업회사 75주와 로보틱스 3주를 갖게 된다. 에너빌리티 주주의 주식가치는 전일 종가 기준 209만원에서 밥캣 분할 이후 약 188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밥캣 주주는 100주 당 로보틱스 주식 63주를 받게 된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546만원의 주식가치가 약 666만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다만 15일 오전 11시 현재 로보틱스 주가는 10% 이상 하락 중으로, 주가 향방에 따라 가치산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회사에 매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배구조 개편이 막힐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밥캣 1조5000억원, 에너빌리티 6000억원, 로보틱스 5000억원이다. 각사 주주들이 주식매청구권을 해당 규모 이상 행사하면 분할·합병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빌리티는 상대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작고 소액주주 비중이 커 주가 하락 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며 “에너빌리티 주주 동의가 이번 개편의 핵심인 만큼 장기적인 배당 확대 계획을 제시하거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논평을 내고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비율 조항을 악용한 사례”라면서 “지배주주에 가장 유리한 시기와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 또는 주식교환이 이뤄지면서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은 회사 성장에 따른 수익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게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