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신규원전 우선협상자로 한수원 … 내년 3월 본계약정부, 다음주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 개최 '지원 총력'美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상대 지식재산권 문제 걸림돌
  •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우리나라가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원전) 건설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우선협상자 지위 유지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송사(訟事) 대응 등 최종 계약까지의 과정이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내년 3월 본계약까지 큰 이변이 없는 한 사업자가 바뀌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게 원전 업계나 정부의 판단이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하고도 끝내 불발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 사업 전례가 있는 만큼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 "9부 능선 넘었다" 정부, 계약전담TF 가동 등 지원 총력

    18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한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지 발주사(EDU II)와 세부 협상을 거쳐 2025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를 열어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최종 계약에 이를 수 있다"며 "계약 협상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 팀을 가동하고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에서 지원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지역에 24조원 규모의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또 다른 사업 예정지인 테믈린 지역의 2기 원전 건설도 한수원이 따올 수 있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 연말까지 세부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내년 3월쯤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부 장관이 주재하는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는 다음주부터 개최, 후속 조치 추진 방안을 지속 점검할 예정이다. 또 한수원을 중심으로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협상 전담 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다한다. TF에는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10개 관계부처의 차관급과 위원도 함께해 최종 계약까지 머리를 맞댄다.

    안 장관은 "한국과 체코 모두에게 혜택이 될 수 있도록 계약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체코 두코바니원전ⓒ체코전력공사
    ▲ 체코 두코바니원전ⓒ체코전력공사
    ◇ 8개월 남은 본 계약 ... 美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문제 걸림돌

    다만 정부가 넘어야 할 불안·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은 최종 계약 체결에 대한 단독 협상 지위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결실을 맺기까지 최종 계약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본 계약으로 가는 협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한전)이 수주가 유력했던 150억파운드(22조원)짜리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전은 2017년 12월 중국 국영 원전 기업 광허그룹을 제치고 사업의 우선협상권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협상이 길어지고 영국 정부가 신규 원전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검토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또한 2009년 한국이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도 애초에는 프랑스가 우선협상대상자였지만 협상이 깨지는 바람에 한국에게 기회가 와 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애초 체코 원전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까지 가세한 3파전 구도였으나 웨스팅하우스가 중도 탈락하면서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간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앞서 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고 워싱턴 DC 연방 지방법원이 이를 각하하자 지난해 10월 지적재산권을 걸고 넘어지며 항소했다. 이들은 "법원에 항소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대한 상사 중재원의 중재에서 승리해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했다.

    각하 판결로 한숨을 돌렸던 한수원으로서는 수출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셈이다. 항소를 차치하고서라도 대한 상사의 국제 중재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전날 주요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한수원은 허가를 받지 않은 원자로 기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며 자사의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체코 전력 공사(CEZ) 역시 분쟁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안 장관은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로 풀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지금 마지막 조율 단계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 한국과 미국 간의 정부 차원에서의 원자력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부분은 상당히 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그 결과물에 대해서 저희가 공식적으로 또 알려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