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영업익, 내년 피크 한 목소리2026년 이후엔 전망 갈려"더 간다" "꺾인다"… 반토막 전망도구글발 AI거품론에… HBM 수익성 더 불투명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AI(인공지능) 투자 수요 급증으로 예상보다 빨리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예년보다 짧아진 사이클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만 해도 역대급 메모리 업황 정점을 찍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이듬해인 2026년만 돼도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는 물음표가 찍혀있다.

    29일 반도체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문과 SK하이닉스가 내년 AI반도체 투자 수요에 메모리 호황까지 겹치면서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전체 D램 시장 매출액이 올해 대비 51% 늘어난 1365억 달러(약 189조 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던 시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데 시장조사업체들 상당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D램 평균 가격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력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이미 53% 오른 가격이 내년에도 35% 더 오르면서 올해와 내년 2년 간 가격이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덕분에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내년 새롭게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내년 매출액이 352조 원으로 올해 대비 12% 넘게 더 늘고 영업이익도 62조 원 안팎으로 올해 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SK하이닉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 40% 넘게 성장해 100조 원대 매출 벽을 넘고 50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시장 상황과 수요 분위기를 고려해 내년까지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이미 시장 일각에서 AI 수요 불확실성에 대해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삼성과 SK는 현 시점에서 볼 때 우려와는 달리 예상치 이상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성장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우려와 달리 AI 향 수요는 예상치 이상 성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내년엔 HBM(고대역폭메모리) 뿐만 아니라 일반 메모리 수요 증가도 커질 것이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평균 대비 투자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내년까지 메모리 호황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데 비해 당장 내후년인 2026년 전망에 대해선 상당부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범용 메모리 수요까지 치솟으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분위기가 내후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과 AI 수요가 급변하면서 메모리 시장 전반이 급속하게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양 측이 공존하고 있다.

    통상 호황기가 3년 가량 지속됐던 과거 메모리 사이클이 AI를 만나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반도체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다. 실제로 현업에선 이번 호황기 주기가 1년 가량 단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년 이후 사업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는 더 혼란이 크다. 당장 내년까진 성장이 담보됐다고 봐도 무방한 게 메모리 시장인데 내후년 업황을 두고 전망이 크게 엇갈리면서 쉽사리 내후년 시장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부 내후년 시장에 대한 전망 리포트에 대해서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며 아직은 더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신중론이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내후년엔 메모리 호황이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2026년 매출액이 올해 예상치보다 적은 58조 원, 영업이익은 10조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렇게 되면 지난해 적자를 낸 이후 내년까지 고작 2년 실적 성장이 이뤄지고 후퇴 길을 걷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메모리 호황 사이클도 빠르게 진폭을 줄이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는 것이다.

    최근 구글의 실적발표에서 AI 투자 거품론이 부상하면서 이 같은 의견에 주목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AI 투자 성과가 언제쯤 가시화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커지는 상황인데,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되는 AI가 한동안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이 같은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AI 투자 수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함께 출렁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31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 삼성전자에도 내년 이후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SK하이닉스 대비 HBM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AI 시장 성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붐업 효과를 삼성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내부적으로 판단한 시장 분위기와 수요 움직임 등으로 내년 이후 어떤 사업 전망을 기반으로 전략을 짜고 있는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