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원전산업법 제정 박차… 생태계 복원·수출 지원 강화당·정 이르면 연내 발의 … 원전 정책 중장기 로드맵 수립할 듯EU 2050년 택소노미 도입에 … "고준위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원전 산업 지원 근거를 담은 특별법 제정을 본격화한다. 원전 산업이 정권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흔들림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3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 성과를 잇기 위해 원전산업지원특별법(가칭 원전산업법)을 제정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입법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고사직전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를 단순히 복원 차원이 아닌 원전을 미래 먹거래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원전산업이 정권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고 흔들림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면서 "원전산업법을 제정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과 수출 지원 정책을 더욱 강력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서 앞으로 제3, 제4의 수주가 이어지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올 초 민생토론회에서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선포하며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산업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정부의 탈원전으로 무너진 생태계 복원을 넘어 새롭게 열리는 원전 르네상스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관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원전 산업법을 이르면 연내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초 각계 의견을 수렴해 상반기 중 초안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22대 국회 원 구성 지연으로 발의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산업법에는 중장기 원전 정책 방향이 담길 예정이다. 5~10년마다 원전 건설 및 운영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담은 원전 정책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 특별 회계(기금), 연구개발(R&D) 등 원전산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알려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중장기 원전 건설·운영 기본 방향 △계속 운전 추진 정책 △기자재 및 핵연료 공급망 강화 △연구개발(R&D) 강화 등 원전산업 질적 고도화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정상화 정책으로 온기가 돌고는 있지만 여전히 탈원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문 정부는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시작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2019~2020년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정지 등으로 원전의 비중을 줄이며 탈원전 정책을 고집했다.

    이로 인한 원자력 이용 감소에 따른 피해액도 상당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지난해 5월에 발표한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에 따르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2017~2030년 피해액이 총 47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017~2022년 기간 원전용량 감소에 의해 14조7000억원, 이용률 저하로 8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으며, 2023~2030년에는 원전용량 감소로 19조2000억원, 계속운전 지연으로 5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된다고 봤다.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고급 인력도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 원전 인력은 2021년 3만5000명대에서 2022년 3만6000명대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탈한 인력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는 친환경 사업 실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녹색 분류 체계(택소노미)를 도입하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안(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여야의 갈등으로 결국 불발됐다. 이 법안은 원전 내에 임시 저장 중인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중간 저장·영구 처분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원전업계 안팎에선 처분장 마련과 관련한 법 통과가 미뤄질수록 수출길과 산업 경쟁력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위 전체 회의에서 "체코 원전 수주가 최종 계약까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국내 원전산업에서는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하려면 고준위특별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회는 고준위법에 최종 처분장 마련을 위한 절차와 방식, 일정 등을 담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며 "2050년까지 최종 처분장을 확보하는 것이 EU 택소노미의 가이드라인으로 원전 수출 시 각종 혜택을 위해서라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