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TF 구성해 협력업체 근로자 처우개선”은행권, 처우개선 내용 촉각… “법 테두리내 해결 쉽지 않아”책무구조도까지 번진 콜센터 논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금융당국 “외주도 업무따라 금융사에 책임 부여할수도”
  • ▲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KB금융그룹 제공.
    ▲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KB금융그룹 제공.
    KB국민은행이 콜센터 근로자들과 처우 개선 협의를 도출하기로 하면서 콜센터 비정규직 논란이 은행권 전반으로 더 넓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하청업체의 구체적인 경영방식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국민은행이 콜센터 근로자에 대한 보호와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외주형태인 콜센터 업무도 책무구조도를 통해 은행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은행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경우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책무를 부여받은 은행 임원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콜센터 협력업체 및 협력업체 근로자와 함께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콜센터 근로자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 열악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 vs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이번 협약을 통해 국민은행은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함께 연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국감을 앞두고 처우 개선이라는 방향성에 합의했지만 앞으로 TF 내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원청인 은행이 하청업체인 콜센터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은행이 내놓을 방안이 향후 은행권 외주 콜센터 운영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협의 내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이 외주 콜센터를 운영하는 만큼 국민은행에서 나오는 방안을 봐서 비슷하게 따라가게 될 것”이라면서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국민은행이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TF 안건에서 임금 문제가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콜센터 부문의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고, 용역업체들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적은 비용을 제시하다 보니 콜센터 근로자들의 임금은 최저 시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외주 근로자들의 임금에 대해 은행이 간섭하게 되면 오히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은행은 감정노동자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콜센터 근로자들과의 협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응대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안건이 어느 정도 범위로 확장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당국 “외주도 금융사 업무… 관련 임원 책무 부여받을 수도 ”

    원청인 은행이 외주 콜센터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책무구조도까지 확산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의 담당 업무에 따라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부여된 책무에 따라 CEO(최고경영자)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은행 콜센터 상담사 업무가 대폭 늘었지만, 대부분이 은행이 아닌 용역회사 소속으로 돼 있어 신용정보 유출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금융사 지배구조법 통과로 은행의 내부통제가 강화됐으므로 은행이 작성하는 책무구조도에 콜상담 업무의 책임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의원은 “고객은 은행을 믿고 거래하면서 본인의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거래정보를 맡겼는데 실제로는 은행이 위탁한 용역사 직원들이 정보를 열람하고 있었다”며 “이런 구조는 정보유출 사고나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 판매 상황에서 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콜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의 폭언, 성희롱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원청사인 국민은행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콜상담 업무에 대한 책임도 은행 내부통제 테두리 안으로 새롭게 포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는 “떨어져 있는 하청업체까지 책임지라 하면 도대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외주업무는 금융회사의 업무”라면서 “금융업무로서 책임화되는 문제가 있다면 금융사에 관련 임원이 있을 것이고 책무를 부여받아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로서 책임이 없는 것은 책임질 수 있는 임원도 없을 수 있다”면서 “범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책무구조도 반영이 가능하다 아니다 정확한 가르마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