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반독점사무소 "美·佛 이의신청에 선제적 결정"내년 본계약 차질 우려도… 정부 "체코와 소통·공조할 것"원전 전문가 "통상적 절차"… 내달 중순 체코 협상단 韓 방문
  •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체코 반독점당국이 한국수력원자력과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계약을 일시적으로 보류 조치했다. 내년 3월 본계약을 목표로 체코전력공사와 협상 중인 가운데, 체코 정부의 반독점당국 결정이 원전 수출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31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체코 반독점 당국은 30일(현지시각) 한수원의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사업 계약을 일시적으로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의 마틴 스발다 대변인은 "우리는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에 따라 선제적인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UOHS가 이들의 이의 제기를 평가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지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코전력공사(CEZ)는 "이번 조치가 입찰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첫 순간부터 관련 법령에 따라 행동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7월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지역에 24조원 규모의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연말까지 세부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오는 2029년에 건설에 착수해 2036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지난 8월 UOHS에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이 자사 특허권을 가진 원자로 설계 기술을 활용했으며, 허락 없이는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DF도 한국이 입찰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우협선정 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진정서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CEZ와 한수원의 계약 체결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60일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협상 및 계약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UOHS 관계자는 언론에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판결까지) 소요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시 보류 조치가 경쟁사의 이의 제기에 따른 표준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EDF는 체코 정부의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이후 유사한 진정을 제기한 바 있으나 체코 반독점 당국은 당시에도 체코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반독점당국이 입찰참가자인 경쟁사로부터 진정을 접수해 관련 표준 절차에 따라 예비 조치를 한 것"이라며 "향후 체코 반독점당국이 경쟁사의 진정 검토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발주사 간 계약 협상은 예비 조치 명령과 관련 없이 기존에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체코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체코 측과 긴밀히 소통·공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전문가 등은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와 EDF의 이런 움직임은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라면서 "계약이 취소된 건 아니고 일정 정도 보류된 상황으로, 정부와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EDF를 만나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지연은 있겠지만 결국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이미 입찰 절차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인데, 뒤늦게 발목을 잡은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누가 옳고 틀린지가 아니라 신고가 접수된 것뿐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원전 시장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 미국, 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는 원전을 시작하려는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렇게 되면 체코만 아니라 유럽도 다 넘어가겠구나라는 위기감에 이러는게 아닌가"라며 일종의 견제로 해석했다.

    한편,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중순 체코 측 협상단이 우리나라에 방문한다. 규모는 50명 이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 행사에 참석해 "1000조원 이상의 글로벌 원전 시장이 열리는 원전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며 "특히 체코 원전 수출은 내년 본 계약이 잘 성사되도록 직접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