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도 바로 잡아달라"반도체 보조금, 中 103조 vs 韓 0원전력망법 제자리 … 자율주행법 하세월상법 개정, 경영권 마저 위협상속세 인하 요구 외면 … 의욕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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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적어도 기울어진 운동장 만큼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경쟁국들에 비해 규제는 많고, 정부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치가 기업발전을 발목 잡는다는 하소연은 기업인들이 오랫동안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됐다.26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에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안건에 올린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은 22대 국회 개원 6개월이 돼서야 겨우 심사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전력망법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산업시설에 공급되는 전력망을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인허가 절차 개선, 차별화된 보상 및 지원안이 담겼다.여야 모두 법안 취지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세부사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예컨대 동해안 지역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오는 방식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또 전력망 설비를 짓는 과정에서 주민 과반이 요구하면 설비 지중화를 하도록 하고 비용을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지원도 요구한다.하지만 야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사업비가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만 지연되고 있다. 해당 사업이 37조원을 넘어선 한전의 누적적자를 가중시킬 수 있어 정부여당도 쉽게 협상안을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문제는 돈이지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든 주요국들은 전력 인프라 지원에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은 2009년 에너지케이블구축법을 만들고 국가 필수 전력망 사업으로 지정되면 인허가와 분쟁절차에 파격적인 보상금을 추가지급 하고 있다. 미국은 철도나 도로를 건설할 때 통신망과 초고압직류송전(HVDC)를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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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보조금 中 130조, 韓 0원글로벌 반도체 기술 경쟁에 나선 국가들은 매년 천문학적 보조금을 뿌리고 있다.중국 940억달러(약 130조원), 미국 390억달러(54조원), 일본 159억달러(22조원) 등이다. 후발주자인 EU는 430억달러(59조원)를 쏟아부으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보조금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빠르게 하고, 기술 격차를 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은 보조금 4조원을 투입해 통상 5년이 걸리는 TSMC 구마모토 1공장 준공을 2년 4개월로 단축했다"면서 "보조금을 지원하면 생산비용이 낮아지면서 국제시장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우리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은 한푼도 없다. 정부는 내년까지 8조8000억원을 지원하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놨는데 절반 가량이 대출지원이다. 기업들이 산업은행에서 대출하는 것보다 최대 1.4%p 금리우대를 받는다. 지원액 모두 대출받는다 해도 얻을 수 있는 이자혜택은 월 5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지원대출을 받으면 달라붙는 시장의 부정적 평가 꼬리표를 고려하면 혜택이라고 보기도 없다.최상목 경제부총리는 9월 정기국회에서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보조금이 됐든 세제지원, 인프라 지원이 됐든 검토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지만, 말라붙은 세수에 긴축재정을 이유로 직접 보조금 얘기는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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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줄줄이 막힌 혁신… 법개정 하세월경쟁국에는 없는 불합리한 규제는 우리 기업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다.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올라온 상법 개정안 44건 중 40건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것들이다. 또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고, 독립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대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내용들이 다수다.재계 관계자는 "개정안들은 지배주주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데 경제단체들은 이런 규정들이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시키는 효과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권 공격세력만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경제계는 이같은 규제 강화는 뒤로 미루고 대표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히는 살인적인 상속세율 인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또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해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하지만 야당은 180석이 넘는 의석을 무기로 상법개정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여 또다시 거부권 정국으로 접어들어 골든타임을 놓칠 공산이 커보인다.규제는 많은 반면, 기술 혁신을 위한 법제도 확충은 느린 편이다.한국은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가졌지만, 레벨 4단계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도 기술 인증을 내줄 형편이 못된다.미국이 완전 자율주행차 연간 배치 한도를 업체당 2500대에서 10만대로 확대하고, 운전자가 반드시 앉도록 하는 의무사항을 완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역시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레벨 3~4단계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바이두는 이미 주요 도시에서 무인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첨단산업은 미래성장과 경제안보를 위한 중요 산업인 만큼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