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배구조 규제 강화법 남발… 투자 위축·소송 남발 등 우려소액주주, '충실의무 불이행' 소송 가능… 경영권·장기투자 위태탄핵 정국에 '기업 혼란' 가중…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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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기업 로고 ⓒ뉴시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고용·투자가 크게 축소된 가운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상법 개정' 움직임이 야권을 중심으로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경제 위기를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의 투자 위축은 물론 소송 남발, 투기자본 먹튀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회 통과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지배구조 규제 강화법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무차별적인 탄핵 남발에 여념없는 야당이 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경제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소액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이유로 제기됐으나 재계는 오히려 밸류업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회사 경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주들이 이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단순 주주뿐 아니라 엘리엇(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액의 주식을 매입한 후 '충실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경영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 재계는 이러한 조항의 부작용으로 2003년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이 SK를 대상으로 의결권 공격을 한 사례들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당시 소버린은 SK(주) 주식 14.99%를 5개 자회사를 통한 지분 쪼개기로 2.99%씩 매입했고, SK㈜는 소버린 측의 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위임장 확보에만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나아가 기업들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경우, 단기 차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의 반대의 부딪히면 배당을 우선시 해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전날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기업 숨통을 끊는 상법 개정안은 반드시 제고해 달라"고 강하게 호소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의 투자 위축, 소송 남발뿐 아니라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여야 모두 민생 안정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를 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에 부담되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등은 더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지금은 (기업과 경기가) 어려운 때인 만큼 기업에 힘을 주는 입법은 적극 추진하고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사안은 당분간 신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상법 개정 토론회를 오는 19일 개최할 예정이다. 재계에선 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대안으로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현재 야당이 절대 의석수를 확보한 상황에서 탄핵 정국 속 여당마저 내분에 휘말리며 대응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재계의 걱정을 가중시킨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산업본부장은 "업계는 애시당초 자본시장법 개정 등에 대해 정부·여당과 방향을 맞춰 왔었다"면서도 "야당이 상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정부와 추진하던 것의 동력이 약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더구나 탄핵 정국을 이용해 회사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상호 본부장은 "가뜩이나 주력 산업이 많이 위축되고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위기 상황에 치닫고 있는데 야당은 금투세 다음으로 상법 개정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활용되고, 장기적으로 우리 성장의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