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재도약 위한 긴급 성명'4대 그룹 포함 16개 기업 참석"소송 남발, 해외투기자본 공격 … 기업 경쟁력 크게 훼손""한국 경제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어""규제 보다 경제살리기 입법 힘쓸 때"
  • ▲ 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부회장과 주요기업 사장단이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긴급성명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부회장과 주요기업 사장단이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긴급성명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 사장단이 상법 개정안이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투자 등 기업의 경영 활동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관련 법안 논의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서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 주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면서 “다만 상법 개정은 기업 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면서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성명은 여당과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강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 발표에는 박승희 삼성 사장, 이형희 SK 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차동석 LG 사장 등 16개 그룹 사장들이 참석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4대 그룹 복귀 후 모든 사장단이 모여 뜻을 같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성장 국면 가운데서 기업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법안 이 강행되는 것을 그만큼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9일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 이사 선임과정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계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발의에 지속적으로 우려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난 14일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는 개정안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결국 기업 경쟁력 하락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국부를 유출시켜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주요 기업 사장단은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정부와 국회가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우선 정부에 대해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 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국회에 대해서는 규제의 입법보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에 힘써주기를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사장단은 산업구조의 대전환 시대에 우리 경제가 다시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과 함께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신시장 개척과 기술혁신으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중소기업 기술 지원, 국내 수요 촉진 등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며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혁신을 통한 기업성장성 개선,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 강화로 한국증시의 매력도를 높일 것도 약속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보호무역주의 분위기 속에서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을 서둘러 달라”면서 “우리 모두가 역경 극복의 DNA를 되살려 다시금 힘을 합친다면 지금의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대전환 시대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