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2 통상협상에서도 조선업 카드 주효하게 작용 중국 국적 선박·중국산 선박 수수료 부과 등 견제 본격화 이달 말 美 해군성 장관 방한에 한미 조선업 동맹 기대감 '미국 선박법' 재발의 논의 등 협력 강화 움직임 꾸준해 전문가 "배 건조 국한 말고 국방까지 고려한 전략 필요"
  • ▲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한미 고위급 2+2 통상 협의에서 조선업 협력이 키 포인트로 부상했다. 중국 해양 패권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이 해양 지배력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어서다. 존 펠란 해군 장관이 이달 말 방한해 국내 조선 업체를 방문하는 것도 미국이 한미 조선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미 고위급 2+2 통상 협의와 관련해 이번주부터 협의 방식과 범위 등에 대한 실무협의가 진행된다. 차기 대통령 선거(6월 3일) 이후인 오는 7월 초까지 미국의 관세 부과 폐지와 양국 간 산업협력  등과 관련한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통상 협의 이후 미국 측이 '최상의 안(A Game)'이라고 평가한데는 우리 정부가 제시한 조선산업 협력 비전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측미 먼저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 '조선업 협력'은 양국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떠올랐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 조선 산업협력 비전에 상당한 공감대를 나타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조선 산업 협력에 있어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인력 양성, 기술 협력 등 같이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설명한 점이 미국 행정부가 목말라하는 조선산업 역량 강화와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이 미국에 건넨 선물도 조선업을 상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문양이 새겨진 '한국의 주력산업과 경제발전 기념주화'다. 한미간 조선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때 해양 강국이었으나 '존스법' 등 규제로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이 쇠퇴하면서 중국이 해양패권을 확대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규 선박 수주량은 중국이 70%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17%), 일본(6%) 순이었고, 미국 점유율은 0.2%에 그쳤다. 

    중국이 국가 주도적으로 조선·해운 산업 육성에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으로 입항하는 중국 국적 선박과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 부과 조치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이번 조치 배경으로 중국산 상선의 시장 점유율 급증을 꼽았다. 

    또 미국의 한국 등 동맹국과의 조선업 협력 강화 의지 표명도 꾸준하다. 미국은 동맹국에서 자국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하는 '미국 선박법' 재발의를 논의 중이다. 지난해 발의됐다 의회 종료로 폐기됐지만 해당 법 발의를 주도한 의원들이 재연임했다. 내달 1일(현지시간)에 미국 조선업 재건을 주제로 한 토론회 개최를 앞둔 가운데, 마크 켈리 연방 민주당 상원의원 등 지난해 미국 선박법을 공동 발의했던 의원들도 연설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박법은 전략상선단(SCF) 신설을 기반으로 국제항로 선단을 확충해 미국 해운·조선업을 재건하려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했다. 

    오는 30일에는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이 방한해 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논의 차원에서 국내 유력 조선업체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정부 장관급 인사의 첫 방한이다. 한미간 조선 협력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는 가운데 미 군함 MRO와 건조 책임자인 펠린 장관 방한이 성사되면 한미간 조선 협력 논의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초청으로 방한 예정인 트럼프 주니어가 펠런 장관과 함께 조선소를 둘러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조선사들도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현지 조선사인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지난달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에 대한 MRO를 마쳤다. HD현대는 이달 미국 최대 방산 조선그룹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국내 조선사의 미국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한미 고위급 2+2 통상 협의에서도 국내 조선사의 대미 현지 투자와 협력 등이 좋은 사례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협력이 관세 등 다른 의제에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다 넓은 범주에서 전략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육군 중심의 주한미군의 해군력과 공군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꽤 크다"며 "조선업을 배 건조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국방까지 함께 고려한 전략이 필요해 보이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을 활용한 미국 군함 MRO 등의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