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관세전쟁 속 대선후보들 "경제 살릴 적임자" 자신잠재성장률 지속 추락에… "당리당략 넘어선 구조개혁 시급"李·金, 세제 완화에는 공감대 … 상속세·종부세 두고선 대립AI 신성장 이끌 전력수급 필요 … "원전이 현시점 유일 대책"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3일 처리지는 21대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다. 침체된 내수와 미 관세 공세로 나락 직전인 경제를 살려내야 할 책무를 차기 정부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에서,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차기 정부가 당리당략을 넘어 구조개혁과 규제 및 세제 완화 등 우리 경제를 반등시킬 요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5강'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잠재성장률 3% 달성' 등 경제 성장을 주요 공약에 담았다.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예견되는 등 국가 재정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와중에 지속적인 내수침체에 미국발(發) 관세전쟁으로 우리 경제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위기에 처하자 유력 대선 후보들이 표심을 사기 위해 장밋빛 희망 사항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조개혁·세제완화·원전 정책 등을 두고는 양측 후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념이나 정파성에 관계 없이 경제 회복이 절실한 이 시기에 구조개혁 등 연속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다듬고, 전 세계 흐름에 따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성장을 이끌어 갈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징벌적 세금으로 남은 상속세·종부세 … "단계적 폐지 절차 밟아야"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놓은 정책 공약집과 수차례에 걸친 대선 토론, 지역 유세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모두 세제 완화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김 후보가 기업 주도의 경제 살리기를 표방하며 더욱 공격적인 감세 공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이 후보는 가족 친화적인 소득세 체계를 위해 '부부 단위 과세표준'을 신설하고 자녀 세액공제 확대 및 자녀 수에 따라 신용카드 세액 공제율·한도를 높여주는 '가족계수세' 도입을 약속한 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에 대해선 더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김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고 비수도권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하는 등 전반적 감세를 피력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상속세로 전환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3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같은 공약은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경영을 포기하고 상속세가 제로(0)인 싱가포르 등 해외로 국적을 옮기는 사람이 급증하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50%다.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야 해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상속세는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만큼 자산의 해외 도피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은 "상속받은 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상속세를 점차 내리다가 폐지를 검토하는 등 해외 사례처럼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 대한민국 경제성장 이미지 ⓒ챗GPT
    ▲ 대한민국 경제성장 이미지 ⓒ챗GPT
    ◆고비용·저효율 굴레에 빠진 韓 … "정치권서 구조개혁 나서야"

    또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거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체질 개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2060년 한국 잠재성장률 평균치가 0.8%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는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로 저출산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꼽힌다.

    이 와중에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극심한 규제로 고비용·저효율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유연한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쉴 새 없이 생겨나는 미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인 것이다.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급감했으며, 노동생산성도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에 조기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넘어 구조개혁에 대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당당히 개혁 완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구조 개혁에 따른 고통에 대한 우려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 과제가 뒤로 밀려난 게 사실"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민들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 산업에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나왔는데도 정치권에서부터 회피하면서 우리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야별 개혁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노동과 교육 개혁도 바로 추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 원전으로 CO₂ 감축 … 원전 본연의 효용성도 커

    AI가 글로벌 신성장 기술로 지목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국내 AI기술과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 후보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확보 및 AI 고속도로 구축을 제시하며 AI분야 100조원 투자를 공약했고, 김 후보는 공공데이터 개방, 에너지 고속도로, 국제공동연구센터 설립 등을 내세웠다.

    다만 AI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수급을 두고는 양측간 입장차가 명확했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대선 TV 토론에서 "우리 원전이 사고가 안 났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며 신재생 에너지 위주의 중장기적 전략 수급 방안을 외쳤지만, 김 후보는 "값싸고 안전한 원전을 안 하는 것은 잘못된 환경론자의 주장 때문"이라며 대규모 전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원전 확대를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저변을 확충해야겠지만, 현시점 우리 경제에 가장 알맞은 전력 수급 방안은 원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 산업에서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수급한다면 전기 요금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대기업들도 CO₂ 감축을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으로 이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원전 자체로서 효용성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2023년 5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발생한 비용(손실)이 2017년부터 2030년까지 총 47조4000억원이라고 추산한 바 있는 만큼 원전 산업은 아직 우리 경제에 중요한 카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 교수는 "AI를 키운다는 것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공약이고, 원자력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념과 당파성을 뛰어넘어 우리 경제의 반등을 목표로 협치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