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가·집값 급증에 일본식 경제 거품론 부상2차 추경·금리인하·대외리스크 등 물가 상승 요인주가·부동산 고점서 금리오르면 외투 빠질 수 있어'잃어버린 30년' 막으려면 지출·고용·산업 구조조정 통해 경제 펀더멘털부터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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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가 적힌 스티로폼이 놓인 모습 ⓒ연합뉴스
"거품경제가 따로 있나.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은 거품경제 터널로 들어서는 전형적 모습이다"(민간 연구소 고위 관계자)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줄고 올 성장률이 0%대로 예견되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의 그늘이 짙어지는데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외려 치솟으며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이 '악어의 입'처럼 갈수록 벌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괴리 현상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자칫 '일본식 버블 경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실제로 주식 시장에서는 빚투를 의미하는 신용융자가 늘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갭투자가 다시 성행하는 등 거품 경제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금 급한 것은 구조개혁과 신수종 산업을 찾는 작업인데, 경제의 펀더멘털을 다지는 작업이 뒤로 밀리고 외형만 커지는 '비만형 경제'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18일 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전월보다 각각 0.38%, 0.10% 올랐고 전날 코스피는 급등락 끝에 전장보다 0.12% 오른 2950.30으로 마감하며 3000대 복귀를 목전에 뒀다. 중동의 전운이 고조되며 잠시 뒤로 밀렸지만, 미국 시장 약세에도 이날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주식시장의 흐름은 우리 경제의 현 주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주식시장이 경제의 선행지표라고 하지만, 중기 성장 곡선을 볼 때 지금의 주가 상승 곡선은 너무 가파르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0.8%로 하향 조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존 2.0%에서 1.0%로 낮췄다.통계청이 가장 최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인 4월호를 보면 전산업생산 지수는 113.5(2020년=100)로 전달보다 0.8%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은 공공행정(-6.3%), 광공업(-0.9%), 건설업(-0.7%), 서비스업(-0.1%)에서 생산이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보이며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기도 했다.전문가들은 35조원대에 이르는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대규모 재정 투입과 통화정책 완화, 중동발 긴장고조 등으로 물가 급등 시그널이 나오는 흐름에서 집값과 주가가 오르다가 외국인 투자가 한번에 빠지는 등 버블이 터지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 현상은 미국 시장이 아직 견조하고 우리나라가 금리를 낮춰서 현금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퍼지는 등 대내외적 흐름이 긍정적"이라면서도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2차 추가까지 단행한다면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고, 임금 상승 압력이 커져 국내 증시가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양 교수는 "특히 중동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져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 정책은 기름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 차익을 얻기 위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대규모 이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이어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은 전 세계 최고수준인데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꺾어지면서 거품이 꺼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거나, 더 심한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일본은 198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과 주식 투기 열풍이 불었는데 이후 금리마저 내려가며 부동산과 주식 수요 확대에 따른 거품이 생겨났다. 1990년 들어 한국 기획재정부 역할을 하던 대장성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두자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면서 10년간 닛케이 지수는 반토막나고 부동산 가격은 평균 33% 내려가는 등 경기 침체를 겪은 바 있다. -
- ▲ 한국과 일본 경제 ⓒ연합뉴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통상적으로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물가 상승이 커진다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거품 경제를 막도록 한다"면서도 "현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처럼 현금성 지출을 계속 늘린다면 금리 인상 압박이 빠르게 다가오고, 결국 기업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반면 국내외 정세와 신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 따른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유입이 주가를 올려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이나 중동과 달리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크다보니 국내 주식에 기대감이 선반영된 부분이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확장정책으로 시장에서 투기를 조장하기보단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노동·산업 개혁으로 우리 경제의 선순환 모멘텀을 이어가야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30년'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홍 교수는 "지금은 확장 정책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될 시기인데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결국 포퓰리즘으로 향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은 물가와 함께 금리를 올리게 된다. 이런 흐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정조달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줄이고, 우리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양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를 다져가면서 완만한 경제 진작 정책 구조조정을 동반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당장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고 정부의 재정 지출 구조조정이 이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기적으로는 노동과 산업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