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진작·민생안정 방점 … 추경 핵심은 '최대 52만원' 소비쿠폰올해 '두차례 추경' 총지출 700조 첫 돌파, 국가채무는 1300.6조원이재명 "추경 좀 더 해야" 추가 추경 가능성 언급 … 재정악화 우려도
  • ▲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정부가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총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추진한다. 소비 진작을 위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득별 맞춤형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예상보다 덜 걷힐 세금을 예산에 미리 반영하는 '세입 경정' 등이 핵심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투자, 소상공인 취약차주 채무조정, 고용안전망 강화 등도 포함됐다. 다만 재원마련을 위해 19조8000억원의 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해 재정 건전성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재정건전성 구조적 악화 우려 
    기획재정부는 19일 이 같은 2차 추경안에 대해 "경기 부진 심화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이번 추경안은 경기 안정과 민생 안정에 중점 투자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추경안은 총 30조5000억원 규모로 이 중 세출 예산은 20조2000억원, 세입경정 10조3000억원이다. 정부는 세입경정을 통해 올해 예산의 차질없는 집행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 5조3000억원, 기금 가용재원 활용 2조5000억원, 외환평형기금채권 조정 3조원 등을 활용한다. 부족분 19조8000억원은 국채를 추가 발행해 충당하기로 했다. 

    이 경우 국가채무는 기존1280조8000억원에서 1300조6000억으로 사상 최초로 13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8.4%에서 49%로 커지게 된다. 관리재정수지적자는 필수추경 대비 24조원 늘어난 110조4000억원으로 확대되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도 3.3%에서 4.2%로 0.9%포인트(P) 확대됐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세입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지출은 늘어나고 있어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같은 구조 속에 국채 발행이 반복될 경우 국가 재정 운용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다. 경기 둔화와 관세 충격까지 겹치면서 재정 여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올해 역시 경기 악화로 세수 결손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며 추경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건전재정이나 재정균형의 원칙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은 (경제 상황이) 너무 침체가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며 "국가 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의 본질적 역할이 있지 않나. 민간이 과열되면 억제하고 민간 기능이 과도하게 침체되면 부양해야 한다"며 "추경을 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추경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침체된 내수 살리기 등 경기부양을 위해선 얼마든지 추가로 추경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가뜩이나 재정 건정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추경이 또 반복될 경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재정 투입으로 소비를 늘려 GDP 성장을 견인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 금리가 상승해 현재의 금리 인하 기조와 충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 하락은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 가격을 끌어올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소비는 생필품에 집중되고, 이를 공급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수요가 몰려 결국 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은 확장 정책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될 시기인데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결국 포퓰리즘으로 향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은 물가와 함께 금리를 올리게 된다. 이런 흐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정조달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줄이고, 우리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추경 반영 시 국가재정 변화. ⓒ연합뉴스
    ▲ 추경 반영 시 국가재정 변화. ⓒ연합뉴스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2차 추경안은 '경기 진작'에 15조2000억원, 민생 안정에 5조원, 세입경정에 10조3000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소비·투자 촉진과 민생 회복을 위한 '투트랙 대응'에 세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세입 경정까지 더한 형태로 하반기 경기 반등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경기 진작은 소비 여력 보강(11조3000억원), 건설경기 활성화(2조7000억원), 신산업 분야 투자 촉진(1조2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소비 부진 등으로 어려운 경기·민생 여건을 감안해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보고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편성, 이 가운데 10조3000억원을 2차 추경에 반영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50만원이 지급되며 소득별로 지원금액을 세분화하고 1·2차 단계적 지급 방식으로 예산 집행의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총 지급대상은 5117만명 전국민이다. 1차로 상위 10%·일반국민 15만원, 차상위계층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 40만원의 기본 금액을 선지급한다. 농어촌 인구소멸지역 84개 시·군 411만명은 1인당 2만원씩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2차 때는 건강보험료 기준 상위 10% 고소득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상에게 10만원씩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인구소멸지역을 감안할 경우 실제로는 최대 52만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지급 수단은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중 선택이 가능하다. 정부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차질없는 집행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외에도 1조원 규모의 소비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인 29조원으로 확대되며 국비 지원율도 차등 적용해 최대 15%까지 상향 조정된다.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의 10%를 최대 30만원 한도로 환급하고 숙박, 영화, 관람, 스포츠시설 등 5대 분야 소비 진작을 위한 780만장의 할인쿠폰도 제공한다. 중소기업 근로자 대상 휴가비 지원 인원도 15만명으로 2배 이상 확대한다. 

    또 건설경기 부양책도 담겼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안정화를 위해 5조4000억원 규모의 단계별 맞춤형 유동성 공급이 계획돼 8000억원이 신규 투입된다. 평택-오송 2복선화, 호남고속철도 등 국가기간망 공사비 7124억원을 반영하는 등 SOC 투자에도 1조4000억원을 지원한다. 국립대·병영시설 개보수 등 소규모 공사 발주 확대에 4607억원을 반영,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도 도모한다. 

    신산업 분야 투자 촉진을 위한 유망 벤처·중소기업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위해 8000억원이 투입된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과 문화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모태펀드 출자 등으로 1조1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5850억원을 반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AI·신재생 투자 확대에도 △6대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지원 등 AI 확산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조기상용화를 위한 개발 지원  △발전설비 설비비용 융자 추가 공급과 자가용 설비보조금 확대 등에 3000억원이 편성됐다. 
  • ▲ 서울 시내 한 폐업한 식당의 문이 잠겨있는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폐업한 식당의 문이 잠겨있는 모습. ⓒ연합뉴스
    ◇소상공인 채무조정·고용안전망 강화·취약계층 지원 
    총 5조원 규모의 민생안정은 소상공인 재기 지원(1조4000억원), 고용안전망 강화(1조6000억원), 취약계층 지원(7000억원), 지방재정 보강(1조3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고금리 기간 누적된 채무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취약차주 143만명을 대상으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에 추경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중 1조1000억원은 16조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과 새출발기금 확대, 원금감면 확대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 정책자금을 성실히 상환 중인 취약 소상공인에게도 성실회복 프로그램을 통한 채무 부담 경감을 위해 2904억원을 책정한다.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해 구직급여 지원 인원을 기존 161만1000명에서 179만8000명으로 늘리고 관련 예산도 1조3000억원 늘린다. 영세사업장 저임금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지원에 250억원을 추가하고, 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 장비 도입도 확대해 150억원을 투입한다. 임금체불 피해가 조기 해소되도록 청산 의지가 있는 사업주와 피해자를 대상으로 융자 대상을 1060명 늘리고 3개월 한시로 금리 인하도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국내산 농산물 가공원료 구매 지원 대상을 기존 264개사에서 314개사로 확대해 200억원을 지원한다. 축사시설과 식품 가공설비 개선·교체 비용 지원에도 284억원을 배정해 원자재 생산성을 제고한다. 

    취약계층 지원에는 6000억원을 투입한다.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임대 3000호를 추가 공급하며, 저소득 청년 대상 월세 지원도 15만7000명으로 확대한다. 의료와 돌봄 분야에서는 고위험 산모의 응급 이송과 진료 체계를 강화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고위험군 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 데 43억원을 배정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불법사금융 피해자에게 채무자 대리인 선임 지원을 6000건에서 7000건으로 확대하고, 개인회생 지원센터 2곳을 새로 설치하는 데 29억원을 투입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지방채 인수에 1조원이 편성됐다.  앞서 지방재정 보강을 위해 이와 관련, 2025년 본예산에는 100억원, 필수 추경에서는 2000억원이 책정된 바 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차 추경안은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