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본부장 22일 출국 … USTR 대표와 통상 협의같은날 대통령실 "李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불참" 발표트럼프 만나 관세 문제 풀 수도 있었는데 기회 날려뒷전 밀린 한미 정상회담 … 정부 대표단 협상력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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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22. ⓒ뉴시스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가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불참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란 공습 지지와 지원을 호소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국의 불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나아가 한미 통상 협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통상 협의를 위해 22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여 본부장은 27일까지 워싱턴 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3차 기술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여 본부장은 이날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 그리고 상호호혜적 협상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새 정부 들어 첫 번째로 양국의 통상 수장이 만나는 자리이기에 일단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지금부터는 협상을 가속화해서 양국 간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겠다는 선의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그동안 한미 통상 당국은 오는 7월 8일까지 관세 문제를 매듭 짓기로 하고 실무 협의를 벌여왔다.미국은 지난달 20~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차 기술협의에서 우리나라에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쌀 수입 고관세,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요구한 바 있다.이에 산업부는 지난 16일 관세, 비관세, 산업·에너지 협력을 아우르는 대미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정부는 조선‧에너지‧방산 등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이 부과한 상호 관세 25% 면제 또는 인하가 목표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여 본부장이 출국한 날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악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미국의 정치 상황도 복잡해졌다. -
- ▲ 대미 통상 관련 협상 총괄을 맡고 있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과 만나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나토는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IP4(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국) 국가들을 매년 초청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후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나토는 러시아·중국·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도 나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내는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반면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유세현장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정치 초보가 나토 가입을 하려고 해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이런 이 대통령의 인식도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 아니겠냐는 해석도 있다.또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워 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날려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여권에서 조차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를 나토 회원국들을 비롯한 동맹의 지지를 통해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만약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경우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관세 문제를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도 있었다.그러나 나토 정상회의 불참으로 한미 정상회담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다른 외교 노선'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출국한 정부 대표단의 협상력에도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어 보인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에 대해 "한미정상회담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참한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외교참사"라며 "자유·민주주의·법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적 입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우리 외교·안보에 있어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고 했다.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됐었다.한미 정상회담이 뒷 전으로 밀리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의도 점점 꼬이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