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한 달만에 2%대 반등 … 먹거리 물가 불안에 체감물가↑소비쿠폰·추경 증액 가능성·이상기후·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자극 요인 '산적' 여당, 소비쿠폰 추가 지급 추진 나서 … 정부 지출 늘어나면 물가 상승 악영향
  •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민심과 직결되는 물가 잡기에 총력전에 나섰지만 밥상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13조원 넘는 전 국민 소비쿠폰(민생회복지원금)이 풀리면 유동성 증가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폭염 등 여름철 이상기후로 인한 농축수산물 생산성 저하도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크게 불어난 정부 부채 속 소비쿠폰 추가 지급 논의까지 불거지면서 재정지출 확대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진다. 

    이재명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물가 불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2%를 유지하다가 5월 1.9%로 꺾였지만 다시 2%대로 올라선 것이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품목 중심으로 구성돼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도 2.5% 상승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과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가공식품은 전년 대비 4.6% 뛰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2023년 11월(5.1%)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파른 상승폭이다. 달걀도 6.0% 올라 2022년 1월(12.5%)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산물은 고수온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7.4%나 급등해 2023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물가 상승의 트리거가 될 만한 요인들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가 경기 부양 명분으로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경 규모만 30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증액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여기에는 전 국민에게 15만~52만원을 지급하는 13조2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도 포함돼 있다. 소비쿠폰과 추경 예산 투입을 앞두고, 정부는 내수부진에 총수요가 잠재수준에 미달해 물가 자극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물가 상승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정 투입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는 요인이어서다. 한국재정학회의 '재정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 늘어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할 수 있다. 재정 흑자일 때 부채 확대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그쳤지만 재정 적자 상태에서는 더 크고 장기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번 추경으로 국채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 조원 재달을 위해 19조8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국가 채무는 1300조6000억원으로 확대돼 나라빚이 사상 처음으로 13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 중 적자성 채무도 923조5000억원으로 전체 채무의 71.0% 이른다.

    추경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여당이 소비쿠폰에 더해 비수도권과 농어촌에 각각 3만원과 5만원을 더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다. 이에 따른 추경은 6000억원 증액이 필요하다는 예산 추계도 제시했다. 또 당초 소비쿠폰은 13조2000억원 중 2조9000억원은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설계됐지만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전액 국비 전환으로 조정되면서 소비쿠폰으로만 3조5000억원을 더 지출하게 될 수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수축산물 피해도 생산농가 손실을 넘어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른 장마와 폭염으로 인한 채소류 작황이 불안정한데다 축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수온 상승으로 주요 어종 어획량이 줄어들면서다.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번 오르면 내리지 않는 공공요금 특성 상 서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지난달 28일부터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 인상됐고 서울시는 내년부터 하수도 요금을 5년간 연평균 9.5%씩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지만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20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데다 중동지역 긴장으로 국제유가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4분기 인상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와 농식품부의 '농식품 수급 및 유통구조 개혁  TF'를 가동 중이고 여당도 별도로 당 차원의 '물가대책TF'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물가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대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소비쿠폰과 같은 정부의 현금성 지원은 물가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국가 채무 부담도 증가시키는 양날의 검과 같다"며 "보다 생산적인 데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채무 탕감 등에 돈을 푸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