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세제 개편 앞두고 법인세 인상 시사 韓 법인세율, 미국·일본 등 주요국보다 높아 "법인세 인상, 세수 증가 미미·기업 부담만↑""정책 일관성 훼손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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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에서 인하한 법인세율의 원상 복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재정 여건과 공약 이행 등을 고려해 법인세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기류다. '실용적 시장주의'를 표방하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법인세 인상 추진 카드를 꺼내들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의 반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금 깎아줘도 성장·소비·투자 뒷걸음질" … 법인세율 인상 시사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법인세율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적극 재정 운용을 위한 재원 확보가 주된 이유다.구 후보자는 법인세율을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는 과세)이라든지 효과를 적극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했다.앞서 구 후보자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도 현재 법인세 수준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인 국가와 비교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율은 다소 낮은 수준"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경기둔화와 법인세율 인하로 세입 기반이 약화한 측면이 있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세입 기반 확보가 중요하다"고 답했다.구 후보자가 법인세 인상 검토를 시사한 배경으로는 최근 2년간 이어진 대규모 세수 결손이 꼽힌다. 법인세는 2022년 103조5700억원이 걷혔으나 2023년에는 80조4200억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62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정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때 세입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현재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다. 지방세율을 포함하면 26.4%다. 2022년 윤석열 정부 당시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내렸다. 만일 내년에 법인세율이 원상회복되면 다시 3년 만에 25%로 되돌아가게 된다.이를 두고 구 후보자는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이 기대 했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도 감세정책을 통해서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를 하고 그게 선순환 구조로 갈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세수를 점검해보니 성장도 소비도 투자도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했다.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은 사실상 법인세율 인상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르면 내년 세제 개편안에 해당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의원들도 법인세 인상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
◆법인세율 인상, 기업 투자 환경 위축 우려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을 공약한 적 없다. 오히려 기업 투자와 연구개발(R&D)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감면 등 친기업적 세제 기조에 무게를 뒀다.그럼에도 최근 여당이 감세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 증세 카드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악화된 재정 여건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 마중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확장 재정 기조가 반복되면서 국가 재정의 구조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실제로 1차 추경 집행이 반영된 지난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217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첫 120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이달 중 2차 추경까지 더해질 경우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정부와 여당이 세입 기반 확보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글로벌 기업 환경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경쟁국들이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헤 법인세 부담을 낮추는 가운데 한국만 역주행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압박을 피해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세 부담이 늘어나면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에서 볼때 한국의 법인세 조세 경쟁력이 낮은 수준"이라며 "OECD 국가 대부분이 단일 과세표준 구간인 반면 한국은 4단계 초과 누진세율을 적용해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법인세율을 높일 경우 투자 유치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며 "조세 경쟁력 저하와 비용 부담 가중은 기업 환경에 부정적이다"고 우려했다.법인세 최고세율의 경우 미국은 35%에서 21%로 낮췄고 일본도 23.4%에서 23.2%로 인하했다. 중국의 경우 해양 굴기 전략의 일환으로 조선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고, 미국에서는 법인세 인하와 AI·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 감면 확대를 골자한 감세 패키지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가 의회 동의를 거쳐 시행됐다.더욱이 지난 2년의 세수 결손의 주된 원인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인세는 전년도 실적 기준으로 세금을 걷는 만큼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실제 지난해 기업실적 개선으로 올해 들어 5월까지 법인세 세수가 전년 동기보다 14조4000억원 증가한 4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법인세수가 세율보다는 기업의 실적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반증한다.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38개국 평균(21.5%)을 웃돈다. 영국(25%)·프랑스(25.8%)보다 낮지만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23.2%)·미국(21%)·독일(15.8%)보다 높다.윤 정부는 당초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P 인하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로 최종 인하는 1%P에 그쳤다. 당시 기재부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폭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입장이었다.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법인세 감세는 투자·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정부 제안대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춰야 했는데 아쉬움이 여전히 있다"고 했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율을 원상회복한다고 해서 실제 세수 증가 효과는 미미하고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를 되돌리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세수 증대가 목적이라면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 역설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또 이재명 정부의 법인세 인상 움직임을 두고 조세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일관성을 훼손해 시장 신뢰와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법인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조세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일관성을 훼손해 시장 신뢰와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친시장 기조를 표방한 새 정부가 출범 직후 법인세부터 올리면 정책 일관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 정부는 기업에 비우호적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어 "세제는 예측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성이 바뀌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피할 수 없다"며 "기업들은 장기적 투자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 조세 정책을 불안정하게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김 교수는 "지금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실제 세수 증가는 크지 않은 반면 시장 신뢰 하락, 투자 위축, 외국 자본 이탈이 우려돼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금은 시점도, 명분도, 효과도 불확실한 상황"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