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비리 확정 후에도 환경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 '아직' … 장학금 802만원 회수도 '감감무소식'개인정보 동의 이유로 늑장 … 조민 기업가·유튜버로 활동중, 서울대 의지 부족한 것 아니냐 지적국민대는 김여사 박사학위 취소 일사천리로 진행 … 숙명여대 석사학위 취소 후 한 달도 안 걸려
  • ▲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연합뉴스
    국민대학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를 속전속결로 취소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서울대학교로 향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의 입시 비리에 따른 서울대 입학 취소 처분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24일 국민대에 따르면 학내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운영위원회는 지난 21일 김 여사의 박사학위 취소 안건을 심의한 끝에 박사과정 입학과 이에 근거한 학위 수여를 무효 처리키로 의결했다. 김 여사는 2008년 국민대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는 "김 여사가 박사과정 입학 당시 낸 석사학위가 소속 대학으로부터 공식 취소됨에 따라 고등교육법 제33조 제4항에 명시된 박사과정 입학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숙명여자대학교는 지난달 23일 교육대학원 위원회를 열고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의 학위 취소 요청을 검토한 끝에 김 여사에 대한 석사학위 취소를 결정했다.

    김 여사는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뒤늦게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숙명여대는 2022년 연진위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숙명여대는 3년 만인 올해 2월 25일 해당 논문이 표절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이의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대는 지난 5월 12일 교육대학원 학칙을 수정했다. 기존 학칙(제25조의 2)에 부정한 방법으로 석사 등 학위를 받은 경우 대학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위 수여를 취소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시행 시점(2015년 6월 13일)상 김 여사 학위엔 소급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대는 김 여사의 석사학위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2022년 8월 김 여사의 박사학위에 관해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이나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나, 실무·실용·실증적 프로젝트에 비중을 둔 점과 연구의 핵심 부분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재심사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국민대 대학원 학칙상 박사 과정에 입학하려면 석사학위 취득 이상의 학력이 필수여서 숙명여대가 석사학위를 취소할 경우 박사학위 수여 요건에 관한 재심의는 불가피했다. 국민대는 올 2월 "숙명여대가 석사학위를 취소한다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자격기준 상실에 해당한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 유지 여부에 대해 심의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대는 지난달 24일 숙명여대가 석사학위 취소를 공식 발표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김 여사의 박사학위 취소에 관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민대는 당사자인 김 여사의 동의 확보, 석사학위 수여대학인 숙명여대에 사실 확인을 위한 공문 발송, 관계 기관에 정보공개 청구 및 사실 확인 질의 요청 등의 방식으로 박사학위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21일 박사학위 취소 의결을 공식화했다.

    애초 일련의 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당사자(김건희)의 동의 없이는 학력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내용을 전달받기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일사천리로 학위 취소 결정에 이른 셈이다. 국민대는 "앞으로도 법령과 규정에 입각해 학문 공동체의 신뢰와 윤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뉴데일리DB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뉴데일리DB
    이처럼 국민대가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 속전속결로 일단락을 지으면서 대중의 관심은 서울대와 조씨에게로 향하고 있다.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고려대학교(영어영문학·환경생태공학 복수전공)와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된 조씨는 아직 서울대로부터는 환경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을 받지 않고 제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씨는 지난 4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1심과 같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조씨에 대한 서울대의 입학 취소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씨가 대학원 입학을 전후해 서울대 관악회(총동창회 산하 장학재단)로부터 받은 장학금 802만 원도 회수되지 못한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껏 서울대는 조씨에 대한 입학 취소 절차가 매듭된 이후에 장학금 환수에 나선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본지가 서울대에 문의했으나 서울대는 내부 검토 결과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항이어서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동안 서울대는 조씨의 입학 취소 지연에 대해 고려대로부터 학력 조회 확인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다는 태도였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과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의 질의에 조씨의 입학 취소를 위해선 당사자(조민)의 학력 조회 후 의견 청취와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가능하다고 답했다. 서울대는 올 2월에도 고려대에 조씨의 학부 학력 조회를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조씨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고려대는 조씨 건이 아니더라도 모든 학력 조회는 자료를 요청하는 측에서 당사자 동의를 받아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가 임의로 결정해서 자료를 공개하거나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입학 취소 절차를 밟으려는 서울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입학원서에 적힌 조씨의 이메일로 학력 조회 동의서를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서울대.ⓒ연합뉴스
    ▲ 서울대.ⓒ연합뉴스
    하지만 이후 서울대가 조씨의 동의를 받으려고 어떤 조처를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고려대는 2월 이후 서울대로부터 조씨 관련해 공문이 접수된 게 없다고 했다. 현재 조씨는 기업인이자 유튜버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서울대가 의지만 있다면 조씨와 연락이 닿을 방법을 여러모로 강구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고려대가 조씨의 입학을 취소할 때 조씨는 관련 자료를 직접 제출한 바 있다.

    서울대는 조씨 관련 언론의 취재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과 적극 소통해야 할 서울대 홍보팀은 기자의 조씨 입학 취소 관련 취재에 모든 질의는 서면으로만 받는다며 전화 취재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공식 이메일로 질의를 보내도 내부 검토를 이유로 답신이 올 때까지 하루 이상 소요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대가 절차를 밟은 지 한 달도 걸리지 않아 김 여사 박사학위를 무효로 처리하면서 서울대의 늑장 행정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대는 국민대 사례처럼 속도감 있게 취소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 견해를 묻자 '담당 부서 등과 검토를 거친 결과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항으로 확인이 어렵다'는 답신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