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날 공공기관 대상 '예산 운용지침 일부 개정안' 의결다수 공공기관 만성 적자 … 재정악화에 공공요금 인상 우려지선 앞두고 인상 늦출 가능성 … '숨은 나랏빚'에 국가재정 악화
  • ▲ 기획재정부가 들어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모습 ⓒ연합뉴스
    ▲ 기획재정부가 들어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기관이 법률에 제한된 총액 인건비 이상으로 직원 월급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라지만 그 부담이 공공요금과 함께 국가재정으로 전이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운용지침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통상임금 소송결과가 있거나, 권한 있는 행정기관이 통상임금임을 확인한 경우 그로 인한 법정수당 증가분은 종전 2025년도 총인건비 인상률(3.0%)을 초과해 편성‧집행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공운위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조치다. 당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재직 여부, 근로일수와 관계 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액 인건비 제도'로 인해 인건비를 올리지 못한 공공기관 직원 임금은 단기간에 급증할 전망이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연장·야간·연차 수당도 함께 오르고, 직원들의 보수 수준이 높을수록 인상폭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기재부 지침이 대법원 판결조차 무력화해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은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지방공공기관에도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이 온전히 반영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공공기관이 만성 적자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 331곳의 부채는 741조4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조8327억원 증가했다. 특히 LH(7조3000억원), 도로공사(3조2000억원), 한전(2조9000억원) 등 주요 공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이번 공공기관 인건비 급증으로 공공기관 재정 악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이 당장 공공요금 상승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은 지난달 28일부터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 인상됐고 서울시는 내년부터 하수도 요금을 5년간 연평균 9.5%씩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인데, 원자재값 상승에 인건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공공요금 상승 여파가 더 일찍 다가올 수 있단 것이다.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공공요금 인상을 늦춘다고 해도 또다른 문제점이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 부채는 '숨은 나랏빚'으로도 불리는 만큼 이는 국가 재정 악화로까지 이어지고, 구멍이 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막아야 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는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D2)를 국가 간 비교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겠다"면서도 "공공기관 중 준정부기관은 일부 세입 지원이 있어서 이번 공운위 결정으로 세금이 더 많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 인건비에 투입되는 세금 외에도 임금 상승분에 따른 공공기관 재정 악화는 국가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공공요금 인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