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장관 발언 후 … 고용부, 보도자료 통해 '노동부' 표현'부처 약칭' 변경은 행안부 소관 … "고용부와 논의조차 없어"'친노동 정책' 강화 의지 … 정무적 판단에 부처명 바꿀 가능성"
  • ▲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최근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꿔 쓰는 사례가 여럿 포착되는 가운데 정부조직법상 약칭의 기준과 절차를 소관하는 행정안전부와 협의 없이 바꾼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7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여러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부'란 약칭을 사용하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장관이 취임하기 전 후보자시절부터 행정규칙으로 마련된 '고용부'란 약칭을 임의대로 바꾼 것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7월6일 노동부의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변경했고, 이에 따라 약칭도 고용부가 됐다. 경제·사회의 변화에 맞춰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기존의 산업사회적, 근대적, 노동중심적 사고에서 과감히 탈피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7일 '고용노동부 차관, 폭우·폭염 재해 예방 및 노동자 안전과 생명 보호 최우선 당부'란 제하의 자료에서 처음으로 '노동부'란 표현을 썼고, 같은 달 22일 '노동부 장관, 일선 산업안전감독관이 되어 불시 안전점검 실시' 자료 제목에서 처음으로 '노동부'를 적시했다.

    '정부조직 약칭과 영어 명칭에 관한 규칙' 제1장 제1조는 "정부조직의 약칭과 영어 명칭 사용 원칙과 기준, 절차 등을 정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기관, 하부조직 및 직위의 영어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 활용하도록 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중앙행정기관은 행안부를 의미하며, 중앙부처의 약칭을 변경하기 위해선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최근 약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행안부와의 합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 당국자는 "고용부가 노동부란 약칭을 쓰고 있단 사실도 처음 들어서 어떤 입장을 내놔야 할지도 모르겠다. 추가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며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이어 "(약칭은) 행안부 규정이라 '노동부'로 바꾸려면 저희가 해야 하는데 고용부와 논의된 바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뒤늦게나마 "자체적으로 약칭을 바꾸는 건 안 되고 행안부와 협의하는 것이 맞다"며 "(노동부라고) 관행적으로 쓰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약칭 개정을 위한 행안부와의 합의를 내부적으로 검토,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 고용노동부가 '노동부' 약칭을 사용한 보도자료 ⓒ뉴데일리 DB
    ▲ 고용노동부가 '노동부' 약칭을 사용한 보도자료 ⓒ뉴데일리 DB
    고용노동부의 약칭 변경은 비단 부처 간 문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민노총 출신인 김영훈 장관이 들어섬에 따라 앞으로 행정의 중심축을 고용에서 노동으로 바꿔 친기업 정책보단 친노동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단 의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노동부로 바꾸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당시 청문회를 앞두고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고용부가 아닌 노동부로 바꾸겠단 입장을 밝혔으나, 자진 사퇴하면서 해당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고용노동부란 명칭을 노동부로 회귀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될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의 약칭이 아닌 전체 명칭을 바꾸기 위해선 입법 절차가 필요한 만큼 비교적 손쉬운 약칭부터 변경하는 것 아니냔 의심이다.

    충청권역의 한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고용부가 약칭을 스스로 바꿨다고 행안부가 강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겠다"면서도 "중앙부처 간의 합의가 선행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절대 다수인 국내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에 따라 부처 명칭을 바꿀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했다. 

    실제 김영훈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고용노동부를) 노동부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호응한 바 있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명칭 변경은 큰 사안이다 보니 공식적으로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