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노란봉투법 강행하고 법인세 인상·행정규제 강화기업 발목 잡는 규제로 갈 길 먼 미래산업 발전 속도 늦춰기업 투자 늘리려면 세부담 완화, 규제 혁파하고 행정지원해야기업 규제가 낳은 '피터팬 증후군' … 유턴 기업 돌아오도록 해야
  • ▲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스마트라이프 위크에 AI 휴머노이드 기반 로봇 '소피아'가 전시되어 있다. 2025.09.30. ⓒ뉴시스
    ▲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스마트라이프 위크에 AI 휴머노이드 기반 로봇 '소피아'가 전시되어 있다. 2025.09.30. ⓒ뉴시스
    대한민국을 키운 건 기업이었다. 산업의 시작인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공장이 세워지고, 물자가 움직이며, 노동력이 퍼져갔다. 그렇게 움튼 산업은 조선·철강·석유화학 같은 기간산업으로 피어났고, 반도체·자동차·가전으로 뻗어나가 대한민국을 세계 무대에 올려놓았다. '한강의 기적'은 정부 주도의 개발계획과 맞물려 있었지만, 결국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은 기업이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생존하며 다시 국가경제를 일으켰다. 오늘날 대한민국 GDP의 70% 이상이 기업 활동에서 나오고, 수출 의존도가 40%를 넘는 현실에서 기업은 단순한 경제 주체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 기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우리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작년 한해만 3만개의 제조기업이 사라졌다. 하나하나가 1인 기업인 자영업자는 무려 100만 곳이 문을 닫았다. 무자비한 규제와 노동자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원인인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경제 주체인 기업이 사라지자 시장은 정부와 소비자만 남았다. 호텔경제학을 골수에 담은 정부는 기업에 세금을 걷어 국민에게 소비쿠폰을 뿌려대지만, 경제를 떠받쳐온 호텔은 이미 사라진 뒤다. 뉴데일리는 2025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업이 사라져 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탈출구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건국 직후 세계 극빈국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조8697억달러로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우뚝섰다.

    그러나 지금은 0%대 성장률, 미국발(發) 관세 전쟁, 주력 제조업 위기 등으로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규제와 반(反)기업법들로 인해 우리의 성장 동력이 갈수록 꺾이고, AI(인공지능)와 로봇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쟁국들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기업하기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중국의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가 출시되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제제 대상인 엔비디아의 반도체 대신 저가형 반도체를 사용해 챗GPT와 비슷한 성능을 구현했다. 개발 기간도 1년이 걸린 챗GPT보다 빠른 2개월이었다. '딥시크'는 중국의 첨단 산업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반면 한국은 AI 개발이 걸음마 수준이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했지만, 챗GPT와 딥시크 같은 AI 모델 출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로봇 분야도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FR)가 발간한 '2024년 세계로봇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감속기 35.8%, 모터 38.8%, 센서 42.5%, 제어기 47.9%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로봇 국산화율을 2018년 27.3%에서 2023년 47.2%까지 끌어올렸다. 서보 드라이버 국산화율은 40%에서 90%로 높였고, 구동 부품 자체 조달률은 70%가 넘는다.

    정부 차원의 투자도 한국은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중국은 약 188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가면 한국 로봇 산업이 중국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강의 기적' 주역인 제조업도 위기다. 중국발 저가공세로 인해 국가 핵심 기간 산업인 석유화학 업계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섰고, 주요 대기업들은 투자 환경이 월등하게 좋은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전문기술을 가진 고급 인력 해외 유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반기업법을 추진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것이다.

    논란봉투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 범위를 기업의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상법 개정안 역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주주뿐 아니라 더 넓은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확대해 소송 리스크와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우려와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여야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법안 철회를 호소했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정부는 또 지난달 15일 중대재해 발생 기업을 대상으로 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사망 재해율 1위라는 불명예를 끊어내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법인에 최대 영업이익의 5% 또는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단순 계산 시 SK하이닉스는 최대 1조670억원, 현대차는 최대 3300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사망 사고 자체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대로 밀어부쳤다.

    건설업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및 등록말소 요건을 폭넓게 적용한다.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 외에 '연간 다수 사망'도 제재 대상이 되며, 3년간 영업정지 2회 후 재발 시 등록이 말소된다. 중대재해 이력은 금융·보험 등에도 반영돼 기업은 다방면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전 구간별로 1%포인트(p) 올려 윤석열 정부 이전인 25%로 되돌리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법인세율 최고세율은 종전 24%에서 25%로 1%p 상승하고, 최저구간(2억원 미만)도 9%에서 10%로 올라간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5년간 약 4조5815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를 방문해 교육생, 강사들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0.01. ⓒ뉴시스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를 방문해 교육생, 강사들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0.01. ⓒ뉴시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5'의 기조연설에서 "AI와 초혁신경제 30대 과제에 올인해 코스피 5000 이상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중소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해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각종 규제를 적용 받아 대기업 전환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지는 것이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계열사 공시 의무, 부담금 부과 등 각종 규제 그물에 걸리게 된다.

    반면 미국은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한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미국의 유니콘 기업은 650개가 넘는 반면 한국은 15개에 불과하다. 대기업 규제가 낳은 부끄러운 결과다. 

    재계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곽관훈 선문대 교수(한국중견기업학회장)에게 의뢰해 지난달 24일 발표한 '기업의 성장 사다리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기업 성장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자본 조달 유연화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를 완화해 초기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고, 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자산 규모가 커진 기업집단(대기업)을 상호출자 금지 등으로 사전 규제하는 대신 위법 행위를 사후 제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또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 기술 투자 지속 기업에 대해 중견기업 6년 차 이후에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공제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성장 유인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아울러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다각화 목적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M&A)에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의 적용을 유예해주는 특례도 지원하자고 촉구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 과정마다 규제가 누적돼 기업이 도전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이제는 규모 중심의 계단식 규제를 지양하고,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기업들이 '탈한국'을 하는 것은 노동, 조세, 정부 규제 등 기업 환경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비해 더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노란봉투법, 주52시간 근로제는 기업으로 하여금 국내 투자를 줄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과거 이윤이 많이 날 때는 이런 것들을 감내 했지만, 이젠 중국이 추격하고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이윤이 줄면서 그 격차를 감내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서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