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장수·순창·영양군 첫 지급장수군, 인구 2만 붕괴 우려서 반등 전자제품 판매점·푸드코트 등 오픈 부정 수급 우려에 "실거주 확인 철저"
  •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6일 전북 장수군청에서 열린 '제 1호 농어촌기본소득 전달식'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을 전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6일 전북 장수군청에서 열린 '제 1호 농어촌기본소득 전달식'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을 전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첫째 아이가 예체능에 관심이 있어 미술학원에 보내고 있었는데 이제 농어촌 기본소득 덕분에 부담 없이 세 아이 모두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됐다."(세 자녀를 둔 김기준·박해진 부부)

    "농사를 지으면 생활비 부담이 적지 않은데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마을에 활기가 돌고 장수읍 인근에는 새로 문을 여는 가게들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청년이장 정민수 씨)

    농어촌 기본소득이 첫 지급된 26일 시범사업지인 전북 장수군을 찾았다. 현장에선 지역 내 소비촉진과 경제 선순환 효과로 농촌지역 소멸위기를 극복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현장의 우려도 교차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 소멸 위기 농어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이날 농어촌 기본소득을 첫 지급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북 장수군에서 제1호 농어촌 기본소득 수령자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직접 전달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역 주민들은 매달 1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게 된다. 장수·순창·영양군 등 3개군은 26일, 연천·정선·옥천·청양·신안·남해군 등 6개군은 27일, 곡성군은 2월분을 포함해 다음 달 말 지급된다. 

    장수군은 20년 째 인구가 줄어든 지역이지만 다시 반등하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되기 전 2만445명이던 군 인구는 2만1106명까지 늘어났다. 군 관계자는 "인구가 2만400명 수준까지 떨어지며 2만 선 붕괴를 우려하고 있었는데 숨을 고른 상황"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2만15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지난 1월 31일 기준 30일 거주요건을 충족한 2만992명 중 90.5%인 1만8929명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수사랑상품권 가맹점도 기존 676개소에서 726개소로 50개소 증가했다. 

    장수군은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장수군 어울림센터 푸드코트에는 한식 음식점과 카페, 아시안 음식점이 새롭게 입점했다. 아직은 홍보 단계로 눈에 띄는 매출 증가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이 본격화되면 소비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정민 카페 어울림 대표는 "이전에도 장수군에서 장사를 했지만 월세 부담이 컸고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아직은 장수군에서 푸드코트가 생소한 분위기지만,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되면 매출도 두 배 정도 오를 것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장수군청에는 '장수군 농촌 기본소득시대 예산 5천억 시대가 열렸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장수군청 내 마련된 행사장에서 주민들은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을 반기며 지역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팍팍한 살림살이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계북면에 거주 중인 김영섭(61) 씨는 "4인 가구인데 아이들 교육비나 생필품 위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농어촌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데 기본소득 사용 가능처로 등록돼 있는데다, 현재도 이용객 가운데 지역 주민 비율이 10~15% 정도인데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청년 농업인 안태환(40) 씨는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소비가 늘어나면 판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내 소비가 늘 것 같아 주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 26일 전북 장수군 한 주민이 스마트폰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지급 내역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 26일 전북 장수군 한 주민이 스마트폰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지급 내역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실제 장수군에는 상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월에는 전자제품 판매점이 새로 문을 열었고 지난달에는 푸드코트와 피자가게가 잇따라 개점했다. 다른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남해군에서는 주민이 빈 점포에 반찬가게와 '뽀빠이 거리·마켓'을 조성했고 순창군은 옷가게·분식점이 새로 생겼다. 신안군은 전자제품 판매점이, 청양군은 아이스크림 가게 등 신규 매장이 들어섰다. 

    장수군은 기본소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연내 장수군 30개 마을을 대상으로 '행복싸롱 이동장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동장터는 마을별로 1~2주 간격으로 순회 방문하고, 기초생활 거점에는 무인 판매대를 설치해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생필품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용처가 제한적인 데다 쏠림 방지 차원에서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 합산 5만원 한도를 둔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장수읍에 거주하는 박경희(55) 씨는 "어르신들은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르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유나 하나로마트 등의 합산 한도가 5만원 이상은 못쓰도록 돼 있어 향후 한도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부정 수급 우려도 존재한다. 천전면 오옥마을의 정민수 청년이장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주변에서만 10여 명 정도에게 문의를 받는 등 전입 희망자가 늘고 위장전입 우려도 있어 현장조사단이 집중 점검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농촌 지역은 신고에 많이 인색하고 문제제기를 하면 이웃 간 얼굴을 붉힐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신규 전입자와 허위 전입신고 의심 유형 등은 읍·면 현장 조사반을 구성해 집중점검하고 군, 읍·면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토가 균형 발전하게 하고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 실험"이라며 "소멸 위기의 지역이 다시 활력을 되찾고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