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이후 노조 쟁의 부담 줄어 … "강경 투쟁 자신감"삼전노조 역대급 성과급 요구 … LG유플러스·카카오 등 확산AI·반도체 경쟁 중 전략적 우위 약화 … 노동시장 격차 문제도
  • ▲ 친노동 정책과 대기업 노조 ⓒ챗GPT
    ▲ 친노동 정책과 대기업 노조 ⓒ챗GPT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1일 예고했던 총파업을 유보하고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투표가 가결되면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협약 체결 수순에 들어간다. 

    여론은 물론 좌파 정부의 대통령까지 노조의 '탐욕'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노사, 특히 노조로서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가결'을 속단할 수 없지만, 설령 가결을 통해 파업이라는 파국을 피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이익 분배를 둘러싼 대립 상황은 한동안 수면 아래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의 '물질적 탐닉'을 부추기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카카오·HD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노조들이 잇달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재명 정부의 노조 편향 기조가 대기업 노조의 임금 극대화 경쟁에 불을 지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0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요구는 다른 대기업 노조로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카카오 노조 역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확대를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친노동 기조의 당사자인 이재명 대통령마저 노조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영업이익에 대해 이익을 배분받는 것은 투자자, 즉 주주가 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받는데 저로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 3권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이지, 오로지 개인 몇몇의 이익만을 위해 집단적으로 무언가를 관철해 내는 무력을 준 것이 아니다"라며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사회의 많은 영역이 상당히 극단화하는 것 같다"며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고 뭐든지 지나침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고 경고했다.

    재계에선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정부가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시행을 비롯한 친노동 노선의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노조 권한을 강화하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지금이 요구 수위를 높일 적기"라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법 추진 이전부터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사용자 범위 확대가 맞물릴 경우 기업의 대응 수단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이번에 예고된 파업도 노란봉투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쟁의행위 부담을 줄여 노조의 교섭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기업 경쟁력과 투자 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조선·통신·플랫폼 업종 모두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투자 부담이 큰 산업인데,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성과급에 연동할 경우 실적 악화 시 경영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를 둘러싸고 미국·대만·중국 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렵게 확보한 전략적 우위를 스스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국가 총력전 수준으로 전개되는 시기"라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경쟁국들이 그 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노조 중심의 고강도 임금 요구가 중소기업과의 노동시장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막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성과급 규모를 키울수록 청년층의 대기업 쏠림 현상과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BGF 사태에서 봤듯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의 불법을 넘나드는 행위에도 사측의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삼성전자를 넘어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