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억대 성과급 요구 vs 생계형 임금 인상 요구노동시장 내부 격차 확대 우려 … "임금 구조 양극화"인건비 부담 하청에 전가 가능성 … "역낙수효과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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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시장 이중구조 이미지 ⓒ챗GPT
대기업 노조가 억대 연봉에 더해 수억원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 압박에 나서는 사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시간당 몇백원의 인상 폭을 두고 생존을 건 협상에 들어갔다. 노동시장 내 임금협상이 계층별로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면서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돌입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만320원으로, 지난해보다 290원(2.9%) 오르는 데 그쳤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7%)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노동계는 고물가 기조에서 실질임금이 줄어들었다며 최소 두자릿수 인상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첫 회의에서 "지난 3년간 낮은 인상률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서 노동자는 실질임금이 감소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며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 요구안을 예고했다.올해 심의에서는 배달 라이더, 웹툰 작가 등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른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문제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플랫폼·프리랜서 등 사각지대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안전망이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용자 측은 문재인정부 시절 가파른 인상 폭으로 물가급등, 폐업 등 여러 부작용이 있었던 만큼 동결 내지 최소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최저임금 동결조차 현장에는 큰 부담"이라며 엄중한 현실 반영을 요구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본부장 역시 "자영업자 폐업이 100만 명을 넘어서는 위기 상황"이라며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올해 노사 양측이 시간당 '몇백원 인상'과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두고 수개월간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도 최임위는 법정 심의 기한을 12일 넘긴 7월 10일 밤에서야 노사 합의로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한편, 대기업 노조가 펼치는 협상판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억대 연봉에 더해 매년 수억원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등 차원이 다른 임금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예고했던 총파업을 유보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3년간 최대 18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했다.이 같은 요구는 다른 대기업 노조로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카카오 노조 역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확대를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을 포함했다.두 세계의 간극은 숫자로도 선명히 드러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임금은 57.7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전체 임금근로자 9명 중 1명꼴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 속한다는 현실이다. 노동시장의 다수가 협상력조차 갖추지 못한 채 법정 최저선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전 노동경제학회장인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노조의 억대 성과급 요구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형 임금 인상 논쟁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단면"이라며 "일부 대기업 정규직에 성과가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되면 노동시장 내부 격차와 세대 간 박탈감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기업 성과급 경쟁이 하청·협력업체에 '역낙수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교수는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 결국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 압박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대기업과 노조 모두 지속가능한 상생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최저임금이 사실상 유일한 임금 방어선인 저임금 노동자와 파업권을 무기로 수억 원대 성과급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대기업 노조 사이의 거리는 매년 더 벌어지는 구조인 만큼, 이런 현상이 단순한 임금 격차를 넘어 협상력 자체의 불평등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