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 877억불 역대 최고 … 반도체가 전체의 42% 견인비반도체 증가율 1%대 그쳐 … 자동차·화학은 오히려 뒷걸음프리미엄 소비재 육성·기업 투자 환경 개선이 1조달러 시대 관건전문가들 "차세대 엔진 육성·노란봉투법 개정 없인 지속 성장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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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평택항. ⓒ뉴시스
한국 수출이 사상 첫 1조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5월 수출이 877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3개월 연속 800억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연간 수출은 9000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 뒤에는 수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 단일 품목이 끌어올린 '쏠림 성장'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K-뷰티·K-푸드 등 소비재를 제2의 주력 산업으로 키우는 동시에 기업 투자를 옥죄는 노란봉투법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산업연구원은 최근 '2026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한국 수출이 전년 대비 30.3% 증가한 924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연간 수출 7093억달러와 비교하면 단 1년 만에 2000억달러 이상 불어나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수출이 1조200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 벽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이 같은 전망은 이미 통계로 뒷받침되고 있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4% 증가한 3942억달러로, 정부가 연초에 제시한 연간 목표치 7400억달러를 훌쩍 웃도는 속도다. 무역흑자는 더욱 극적이다. 1~5월 누적 흑자가 벌써 1019억달러를 기록해, 기존 연간 최대 흑자였던 2017년의 952억달러를 불과 5개월 만에 돌파했다.수출 급증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9.4% 급증한 371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2.3%를 혼자 책임졌다.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폭발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메모리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DDR5 고정 가격은 1년 새 682%, 낸드 가격은 807%나 뛰었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이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며 한국 수출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AI 서버용 SSD 수요 급증에 힘입어 컴퓨터 수출도 290.7% 늘어나는 등 IT 전 품목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문제는 반도체를 걷어내면 성적표가 좋진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비반도체 품목 수출 증가율은 1.1%에 그쳤다.올해 5월 수치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 부품 공급 차질, 미국 관세, 중동 물류 마비 등 악재가 겹치며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석유제품·석유화학은 유가 상승 덕에 수출액은 늘었지만, 실제 물량은 각각 23.8%, 25.5% 급감하는 '단가 착시' 현상을 보였다. 원유 수입액도 25% 늘어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반도체 산업은 업황 사이클의 굴곡이 심하다. 한국 경제는 과거에도 반도체 한 품목의 부침에 따라 수출과 성장률이 크게 출렁이는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AI 투자 붐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기댄 수출 구조는 언제든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
- ▲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73.7%의 찬성률로 27일 가결됐다. 초기업노조(최대 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2대 노조) 찬성률은 각각 80.6%, 21.1%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5.27.ⓒ뉴시스
전문가들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소비재 산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중심 구조를 넘어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소비재를 제2의 주력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실제로 K-소비재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올해 1~4월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1% 늘었고, 패션(13.7%)과 식품(7.8%)도 꾸준히 증가했다. 5월 화장품 수출만 놓고 봐도 24.2% 증가한 11억8000만달러로 역대 5월 최고치를 새로 썼다. K-팝·K-드라마로 촉발된 한류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이들 산업이 단순한 틈새 시장을 넘어 자동차·반도체를 잇는 차세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소비재는 반도체와 달리 경기 변동에 따른 충격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은 "단순 물량 확대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기술 고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수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수출 맞춤형 금융 지원과 현지 규제 대응 컨설팅도 적극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수출 1조달러 시대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 환경 정비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노조의 쟁의 대상 범위가 성과급 등 경영 판단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장기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한다.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뉴데일리에 "반도체 산업은 결국 다시 (불황)사이클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지금은 성과급보다 투자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시기"라며 "앞으로 투자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이번 삼성전자의 사례가 다른 대기업의 파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미 선례가 생긴 만큼 유사한 분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이런 법들을 그대로 두면 기업과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환율은 올라갈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고쳐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정치권에서도 노란봉투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을 안 고치면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판이 아예 끊어질 수 있다"고 했고, 정점식 공동선대위원장도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노란봉투악법을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고 했다.수출 1조달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질적 도약을 의미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는 순풍을 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소비재 수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을 허물 적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