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기업·개인에 화살 수출 대금 지연 두고 '불법 외환거래' 으름장 전문가 "원화 약세, 확장적 재정정책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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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통화별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560원 선을 돌파하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재정당국은 자성보다는 기업과 개인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환율 급등의 원인을 두고 이른바 '서학개미'를 지목했던 당국은 최근에는 수출입 기업을 문제 삼으며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외환 수급 개선책이나 경제 체질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정책적 한계를 덮기 위해 특정 집단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8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1539.1원) 보다 16.1원 오른 것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1590)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시초가다.앞서 연초 외환당국은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해외 주식에 빠져나가는 '서학개미' 자금을 지목했다. 증권사에도 해외 주식 마케팅 중단을 압박해 해외 주식 투자와 외화 금융 상품과 관련한 판매 마케팅과 이벤트가 줄줄이 중단됐다.지난해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이 300억 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달러 수요가 폭증해 환율 급등을 부추겼다는 논리를 폈다.그러면서 정부는 서학개미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3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도입하는 등 하락 유도 정책도 내놨다. 보유한 해외주식을 팔아 RIA를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매도금액 5000만원까지 양도소득세를 1년간 면제해주는 것이 골자다.5월 말까지 매도하면 양도세를 전액 공제받고 7월 31일과 12월 31일까지 매도 시 양도세 공제율은 각각 80%, 50%로 축소된다. 해외 주식 매도 시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주던 RIA 혜택이 이달부터는 축소됨에 따라 지난달 19일까지 1조9443억원에 달하는 서학개미 자금이 국내로 돌아왔다.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금액은 279억9397만 달러, 매도금액은 289억3374만 달러로 집계됐다. 순매도 규모는 약 9억3977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4월 4억6894만 달러 순매도에 이어 두 달 연속 매도 우위 흐름이 이어졌다.이같은 순매도 확대 흐름을 두고 시장 안팎에서는 RIA 양도소득세 전액 감면 혜택이 종료되는데 따른 차익 실현 움직임과 국내 복귀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정부 주장대로 환율 상승의 주범이 서학개미였다면 미국 주식 순매도 흐름이 이어진 4월부터 달러 수요가 줄어들며 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럼에도 지난 4~5월은 물론 이달 들어서도 환율은 우상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부의 화살은 재차 수출입기업으로 향했다.연초에도 관세청이 수출기업 1138곳을 대상으로 외환검사에 착수한데 이어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7대 수출입기업을 소집했다. 고환율 고착화에 환차익을 노리는 기업들이 늘었다고 보고 국내로 들여와야 할 무역대금을 신고하지 않거나 실제보다 수출액을 낮춰 신고한 기업들이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이를 두고 무역·외환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강제로 풀게 하려는 환전 압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을 교란하는 환투기가 불법 거래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수출입기업을 타깃 중 하나로 꼽았다.수출입 기업들이 수입대금을 지나치게 앞당겨 지급하거나 반대로 수출대금을 너무 늦게 수령하는 방식으로 환율 상승에 편승하고 있다는 이유다. 당국은 이를 '불법 외환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통한 조사를 예고하며 엄포를 놓았다.원화 약세가 고질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주 원인으로 서학개미나 수출입기업을 지목하는 것은 비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환율은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과 대외 신인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확장적 재정 정책에 따른 원화 약세와 저성장 고착화 등이 근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환율은 한 나라의 재정, 성장, 산업, 정책, 외교 등에 대한 전세계 이해관계자들의 종합적 평가"라며 "고환율의 원인은 재정적자 확대, 구조화된 저성장, 규제 중심의 반기업 환경, 그리고 불확실성 대외 통상 전략이 누적된 결과"라고 꼬집었다.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마찬가지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환율 상승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키운 주요인중 하나가 정부의 재정정책"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대거 공급됐지만 다른나라들이 원화를 보유할 유인이 없다보니 자금이 국내에만 돌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환율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정부의 책임이 상당부분 있는데도 외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인 제공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