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쏠림·우량기업 이전에 경쟁력 흔들승강제·동전주 퇴출…시장 체질 개선 시험대
  • ▲ 이달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달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이 외형은 성장했지만 정작 시장 경쟁력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6일 851.37로 마감하며 올해 초 이후 오른 폭을 모두 반납했다. 장중에는 838.53까지 밀려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전체 시가총액에서 코스닥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일 기준 6.50%에 불과했다. 앞선 25일에는 6.39%까지 추락하며 1999년 이후 약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의 위상 약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최근에는 국내 ETF 순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투자자들의 돈이 개별 종목보다 ETF 같은 지수·테마 상품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닥의 30년은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파란만장한 역사였다. 2000년 3월 IT 버블 정점에서 지수 2834를 찍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261까지 추락했고, 2021년에는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으로 20년 만에 '천스닥(1000선)'을 회복했다. 2023년에는 에코프로그룹 등 배터리 대형주 랠리로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넘어서는 역전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1996년 7월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문을 연 코스닥은 벤처·혁신기업의 대표 자금조달 창구로 성장했다. 상장사 수는 출범 초기 376개에서 현재 1822개로 늘었고 시가총액은 약 479조원으로 30년 전보다 66배 커졌다. 올해 4월 바이오·이차전지 강세에 힘입어 1200선을 잠깐 회복했다가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독주가 본격화되자 유동성을 대거 빼앗기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강세로 코스피 쪽으로 투자 자금이 대거 쏠린 점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카카오·셀트리온·엘앤에프에 이어 최근 알테오젠까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면서 코스닥을 대표하던 기업들이 잇달아 빠져나가는 것도 시장 체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코스닥 위축의 이면에는 고질적인 '우량 기업 이탈'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기관 투자자 비중은 각각 32.8%·12.9%에 그치는 반면 개인 비중이 53.5%를 넘는 기형적 수급 구조도 고질병으로 꼽힌다. 테마성 루머 하나에 시장 전체가 출렁이는 취약한 체질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부터 대책 마련에 나선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의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 유지 기준이 되는 시가총액 기준도 높인다. 또 업종별 저PBR 기업 정보 공개와 코스닥 승강제 도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제도 손질만으로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이 코스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바꾸고,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꾸준히 유입될 수 있는 환경까지 함께 갖춰야 코스닥이 '성장기업의 시장'이라는 본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이 30년 만에 외형은 커졌지만 알짜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한, 지수 반등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우량 성장주가 코스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이나 기관 투자 유인책 등 실질적인 유인 구조를 설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