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용역서 281억 피해 추산 … 광주·전남 1152억 주장지역 반발에 정부 용역 재착수 … 지원 사업액 1300억+α 전망국책 연구용역 권위·객관성 훼손 … "정부 입맛에 맞는 근거 마련"
  •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2024년 12월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2024년 12월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정부가 12·29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피해지역의 경제활성화 방안을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다시 발주하면서 국책 연구의 신뢰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역과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가 후속 연구에 나선 모양새여서 "여론에 따라 정부 연구 결과가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12·29 여객기참사 피해지역 경제활성화 사업의 개선·보완 방안 검토 연구' 용역의 개찰을 진행했다. 해당 용역은 세 차례 연속 단독 응찰로 유찰돼 현재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발주 자체가 순탄치 않았던 셈이다.

    국토부는 이번 용역이 지난해 수립한 경제활성화 사업을 점검하고 추가 지원책을 발굴하기 위한 후속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연구 결과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라기보다 추가 사업을 발굴해 내년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용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피해를 본 지역 소상공인과 여행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12개 사업에 총 1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행상품 개발 지원과 여행업계 교육, 관광기업 지원센터 조성 등 업계 지원책과 함께 무안 상권에는 지역 특성화 시장 육성, 상권 활성화, 톱머리마을 생활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광주와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정부 연구용역이 실제 피해를 축소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던 만큼 이번 용역은 사실상 피해 규모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재검토 성격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사업을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고 추가 사업도 발굴할 수 있다"며 "지원 규모 확대 여부는 연구 결과와 정책 판단을 거쳐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국토부 발주로 (사)한국지역개발학회가 수행한 연구용역이다. 당시 연구진은 무안공항 폐쇄에 따른 여행업계 피해액을 매출 추정액에 평균 영업이익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는데, 이 결과를 두고 지역 여행업계와 광주시·전남도가 각각 별도로 추산한 피해 규모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 연구 결과가 현장의 체감 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정치권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검토 요구가 이어졌다. 다만 피해액 산정 방식과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입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만큼 구체적 수치의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보다는 이번 재용역 추진 자체가 갖는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자체와 업계의 반발에 밀려 수천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다시 추진하는 모습을 두고 국책 연구용역의 권위와 객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과 교수는 "기존 연구에 오류가 있다면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결국 정부가 스스로 자신들의 기존 연구 결과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피해 보상의 판을 키워주려는 '정치적 셈법'을 갖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연구용역이라는 것이 발주 기관의 입맛에 맞춰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정부가 지역과 업계의 요구에 부응해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재용역 추진은 피해액 산정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지역과 업계가 목소리를 높이면 정부 연구 결과도 뒤바뀔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국책 연구의 독립성과 신뢰성에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