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롯데 등 신규 생산설비 건설 추진 관심 집중靑, '민간투자 촉진 지원' 등 기업기살리기 선회했지만… "타이밍 놓쳤다"
  • ▲ 세종 일대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 세종 일대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해외사업 부진 지속과 주택시장 침체 국면으로 건설업계의 불황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 그룹 건설사들은 활로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도 '기업 기 살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137조원, 건설투자는 238조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7.9%, 2.8% 감소할 전망이다.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건축허가가 줄어드는 등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는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며 "이 같은 추세는 2020년까지 지속될 전망으로, 건설업체들의 보수적 경영 전략과 위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해외사업도 녹록치 않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신규수주액은 2014년 660억달러에서 이듬해 461억달러로 추락한 이후 3년째 20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해외수주는 양질의 프로젝트 확보의 어려움으로 올해 수준인 30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우리 건설업체는 과거 저렴하고 질 좋은 가성비 모델로 승부했지만 최근 중국 등 후발주자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주잔고도 급감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의 3분기 수주잔액은 총 14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8조원보다 22조원(13.1%) 증발했다. 이 중 해외 수주잔액만 17조원 감소했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수주절벽'이 도래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거나 앞두고 있는 그룹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계열 건설사들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 4만대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한다는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설비 확대 등에 총 7조6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그룹의 건설 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도 적잖은 일감이 할당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충주시 현대모비스 친환경부품 전용공장 내 1만6600㎡ 부지에 총 투자비 2830억원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신축한다. 이 공사는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해당 공사는 현대ENG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의 공장 증설 등 생산설비와 관련된 공사는 과거 현대엠코가 전담하다시피 한 만큼 현재도 대부분 현대ENG가 맡고 있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 전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앞서 경기 이천시 반도체공장(M16) 신축에 총 2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5만3000㎡ 규모로 조성되는 M16은 공사비만 3조5000억원에 달하며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19일 착공에 들어간다. 이 공사는 SK건설이 수주했다. SK건설은 앞서도 SK하이닉스의 공장 건설을 진행하면서 중동 발주 부진에 따른 외형 축소를 최소화한 바 있다.

    실제로 SK건설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7423억원 줄었든 6조4398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매출이 5585억원에서 1조6096억원으로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더 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삼성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건설 계열사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경기 평택시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38조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공사를 도맡는 삼성물산의 실적 개선세가 전망되고 있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관련 매출은 △2015년 1조9637억원 △2016년 2조5766억원 △2017년 3조3158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도 2조123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조463억원보다 3.77% 증가했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의 경영 복귀 후 '뉴롯데' 비전이 정상 궤도로 진입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이 탄력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 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화학·건설 부문에만 전체 투자액의 40%인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만큼 롯데건설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우선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업은 그룹이 추진하는 단일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4조원대 투자로 진행될 예정이다.

    GS그룹도 향후 5년간 연평균 4조원, 총 2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연평균 투자액이 3조2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25%가량 늘어난 규모다.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사업에 14조원, 유통사업에 4조원, 건설부문에 2조원을 투입한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에널리스트는 "GS건설의 경우 그룹과 관계사 LG그룹의 석유화학 관련 설비투자 증가로 플랜트 신규수주가 예상된다"며 "관계사 수주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지만 2년간의 신규수주 증가만으로도 해외 신규수주 감소로 인한 매출액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이 악화되고 있는 등 대내외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룹사 물량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그룹 물량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의 경후 한계가 분명한 만큼, '사업다각화' 등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여기에 정부도 전날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민간기업의 투자를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행정절차 처리, 이해관계 조정 등을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하는 등 대규모 기업프로젝트 조기착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모든 공공시설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대상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하고, 비용·편익 분석기관을 다원화해 민자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 기살리기에'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먼저 찾아 해소해줘야 한다"며 "포괄적인 규제혁신 대신 투자 건별, 제품별 투자 애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오랜 지연 끝에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GBC는 그간 국토교통부가 인구유입 유발 효과 및 저감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내지 않으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2조5600억원에 달하며 현대건설과 현대ENG가 7대 3 비율로 시공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외 반도체 특화클러스터(1조6000억원), 서울 창동 K-Pop 공연장(5000억원), 자동차 주행시험로(2000억원) 등도 적극 지원해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주택 부문 물량 감소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에 당면하면서 전반적으로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상황이지만, 계열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건설사들은 당분간 외형을 유지할 것"이라며 "정부도 석유화학단지 조성 등 민간투자에 힘을 싣고 있지만, 최근과 같은 건설경기 호황이 돌아오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건설경기 부양책이 늦어진 점은 아쉽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