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 편성 공식화 … 이르면 4월 관측국채발행 없이 초과세수로 재원 활용 전망취약층 타깃 민생추경 … 재정건전성 우려도與 후보엔 '프리미엄' … 野 "선거용 돈풀기"
  •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뉴시스
    정부가 올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이란 사태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험이 커지자 추경으로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적자 국채 발행 없이 10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섣부른 추경은 재전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선심성 돈 풀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어차피 조기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정부도 11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가동하면서 "추경을 포함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충분한 지원을 추진하겠다"며 발을 맞췄다. 기존에 추경을 '검토'하겠다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만 충당하겠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올해 법인세수가 지난해 예산 편성 당시 추계했던 수준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납부한 법인세 총액은 6조23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는 이보다 많은 세수가 걷힐 것이란 관측이다. 

    증시 활성화로 세수 증대가 예상되는 증권거래세도 추경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코스피, 코스닥 증권거래세율이 0.05%포인트(p)씩 상향된데다, 증시 활황으로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월 32조8099억원, 2월 30조1900억원에 이어 3월에도 지난 10일까지 40조83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추경 규모는 '10조원+α' 수준이 거론된다. 지난해 법인세 초과 세수만 1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어서다. 구 부총리는 "1월 세수 실적치가 지난해 1월 대비 6조원 이상 더 늘었다. 법인세는 반도체 업황 등을 감안할 때 (예산보다)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증권거래세도 2배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채 발행을 하지 않고도 일정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법인세와 증권거래에 따른 초과 세수는 최소 10조원이며 다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며 "초과세수에 세계잉여금과 한은 잉여금 규모에 따라 최대 20조원까지도 추경 편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초과 법인세를 활용해 추경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빠르면 3월 법인세수입 이후 늦어도 4월 유입되는 규모를 파악한 이후 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추경 예산 투입 분야에는 ▲저소득층·취액계층 에너지 바우처 ▲유류세 인하 폭 확대 ▲휘발유 최고가격제 도입 ▲화물차·버스 등 운송업계 보조금 ▲소상공인·한계기업 지원 ▲에너지 전환 과제 ▲문화·예술 분야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총리도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택배 종사자나 농어민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Citi)는 추경의 주요 사용처로 "유류세 인하와 휘발유 최고가격제 도입, 저소득 근로자 대상 유가 연동 지원, 화물차·버스 등 운송업계 보조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녹록지 않은 재정여건 속에서 추경이 편성될 경우 재정건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49.1%(2차 추경 기준)에서 올해 51.6%로 처음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나라빚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이번 추경이 초과 세수로만 충당되더라도, 미래 재정 여력을 축적하지 못한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추경이 물가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한국재정학회에 게제된 논문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 늘어나면 소비자물가가 최대 0.15%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 적자 상태에서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장기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추경에 우려를 표시한다. 야권을 중심으로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심성 추경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추경이 여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강력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구 소상공인 지원이나 에너지 보조금 등 유권자들이 체감하기 쉬운 현금성 지원이 선거 직전 집중될 경우, 여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은 이번 추경을 '매표용 선심성 예산'으로 규정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초과세수를 이유로 돈 풀기에 나선다"며 "민생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여당 후보들을 측면 지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핀셋 지원'을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예산 투입 그 자체가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력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란 사태로 유가 문제가 장기화되면 아시아의 약한 고리부터 재정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한국 역시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아 추경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추경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재정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어, 추경을 하더라도 고유가에 직접적 타격을 입는 분야에 대한 제한적인 핀셋 추경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