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련 조찬강연회서 '우리나라 기적의 원동력'으로 인력·전략·DNA 제시"기마민족은 안주 위한 '성' 짓지 않아…끊임없이 개혁해야"정부엔 '실패사례 공유 시스템' 마련 주문
  • ▲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9일 중견기업인들에게 "광활한 초원지역을 활보했던 기마민족의 DNA를 살려 전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나가 속도전으로 승부하라"고 주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주최로 열린 '제160회 Ahpek INSIGHTS' 조찬 강연회에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예전 우리나라 호텔에 있던 대부분의 TV는 필립스나 파라소닉 제품이지만 지금은 삼성과 LG 제품으로 모두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과 스마트 보급율이 전세계 모든 나라 가운데 가장 높으며 혁신지수도 세계 1위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의 전편을 보지 못해 부끄럽다고 말할 정도로 한류 또한 대단하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기적이 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기적의 원동력'으로 인력과 전략, 한국의 DNA을 제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영리하다. 노동력이 우수하다"며 "해외 유학생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그래프를 그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낮에도 일하고 밤에는 불을 켜고 일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해외에 나가 승부를 했다"며 "이 전략이 적중해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기적의 원동력으로 제시한 '한국의 DNA'와 관련해서는 "한민족은 특이하다. 경쟁적이고 시장 친화적이며, 자립심이 충만하다. 성취동기가 강하며 대외 지향적이다"며 "경쟁적이고 시장친화적이어서 자본주의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였다. 생태적으로 맞다. 자립심이 충만해 굉장히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잘났다"고 말했다.

     

    이어 "성취동기가 강해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데 이는 전세계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되면 한다'고 여긴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또 대외 지향성을 추구해 세계를 무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이같은 한국의 DNA는 고대 전세계를 활보했던 기마민족의 DNA와 똑같다"며 "지금의 한국 경제를 전세계인들은 경이롭게 생각하는 데, 우리 경제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피 속에 흐르는 기마민족의 DNA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기마민족의 우수성으로는 △리더십 △실리 추구 △빠른 속도 △예리한 판단력 △뛰어난 정보망 등을 들었다.

     

    그는 "기마민족은 춥고 더우며 비도 잘 오지 않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굉장히 강인하고 용감했으며 영리했다"며 "칭기즈칸 등 뛰어난 리더가 나오면 똘똘뭉쳐 세계를 제패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투력의 기초는 힘이다. 힘은 뉴턴의 법칙에 따라 중량과 가속도를 곱한 값으로 중량을 높이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속도는 마음만 달리하면 빨라진다"며 "기마민족은 하루 200km를 달릴 수 있어 길어야 40일이면 전쟁의 결판이 났다. 속도전으로 승부를 내 전세계를 순식간에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중견기업들도 대기업같이 중량을 늘리기에는 힘들 수 있지만, 속도 측면에서는 몸이 가벼운 중견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군은 기마군단을 처음 접했을 때 우습게 생각했다. 자신들은 사세가 아무리 불리해도 후퇴를 하지 않았지만 기마군단은 불리하면 도망갔기 때문이다. 임금이 있어도 꽁무니를 뺐다. 처음보는 이상한 전술도 구사했다"며 "하지만 결국 전쟁에서 승리한 쪽은 기마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견기업도 세계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예리한 판단력과 함께 남들이 예측할 수 없는 전술이 필요하다"며 "(기마군단은) 정보망도 굉장히 발달했으며, 적군을 다 알고 난 후 전쟁을 시작했는데 현대를 사는 우리 기업들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몽골의 기마군단은 전세계 문명권의 80%를 지배했지만 베트남과 일본은 포기했다"며 "일본은 태풍과 바다, 베트남은 정글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족 같았으면 많은 희생을 치러드라도 끝내 취하려 했겠지만 기마민족은 그러지 않고 실리를 추구했다"고 덧붙였다.

     

  • ▲ 중견련 주최로 열린 '제160회 Ahpek INSIGHTS' 조찬 강연회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右)이 이화다이아몬드공업 김재희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견련
    ▲ 중견련 주최로 열린 '제160회 Ahpek INSIGHTS' 조찬 강연회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右)이 이화다이아몬드공업 김재희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견련

     

    그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기마민족이 무서워 만든 성에 불과하다. 기마민족은 성을 짓지 않았다. 들어가서 안주하기 때문이다. 기마군단의 생명은 달릴 때 있다"며 "중견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를 혁신하고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 정부에는 "우리나라는 현재 실패한 기업. 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실패한 원인을 몰라 혼자서 다시 뛰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실패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