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공운위, 재량권 너무 커 전문가 "공공기관 지정 본래 의미 살려야"
  • ▲ 정부청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 정부청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16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기재부의 결정으로 모두 323곳이 올해 공공기관으로 지정을 받았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전체 공공기관의 수는 7곳이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12곳이 새로 지정됐고 5곳은 빠졌다.

새로 지정된 공공기관이 12곳이나 달하지만 이 가운데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임원의 임명은 물론 예산에 대한 회계감사까지 받는 준정부기관급 이상으로 지정을 받은 곳은, 아시아문화원·한국지식재산전략원·시청자미디어재단 등 3곳에 불과하다. 이들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됐다.

반면 울산과학기술원, 한국나노기술원, 국방전직교육원, 국립해양박물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식품안전정보원, 한국장기기증원, 한국인체조직기증원 등 9곳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관의 유형이 바뀐 곳도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사업 규모 확대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에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변경됐다.

공공기관 지정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수, 얼마나 되나’를 발표한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기회재정부 장관이 매년 1월 공운법의 위임을 받아 지정하는 공공기관의 수는 법률 시행 이듬해인 2008년 305개를 시작으로 매년 증감변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수는 2010년 208개로 그 수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으나, 201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매년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전체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작은 정부와 경영효율화를 지향하는 정부 입장에서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공공기관 규모의 증감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지정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제도를 운영하는 본질적 이유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이에 따른 모럴헤저드, 시장독점을 막는데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지정과 분류는 절차와 기준 모두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제도와 관련한 문제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준의 모호함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 지정 및 유형별 분류권한이 기재부장관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재량에 사실상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공운법은 ‘국가의 재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기관을 지정할 지 여부는 기획재정부장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법은 지정된 공공기관의 유형을 정할 수 있는 권한도 기재부 장관에게 추상적ㆍ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유형 분류가 타당했는지 여부는 거의 매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운법은 해당 기관의 규모나 성격, 기능 및 역할, 운영의 형태 등에 따라 공공기관을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의 3가지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일정 부분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통제의 정도’는 크게 다르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받는 견제와 감시 항목은 21개에 이른다. 이들은 매년 3개월 동안 공운위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며, 기관의 정관, 이사회 운영, 임원 임명, 예산 회계, 공영공시, 고객만족도 조사 등에 있어서도 공운법에 따라 감시를 받는다.

반면 ‘기타공공기관’은 경영평가를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 운영이나 임원 임명, 예산회계와 같은 주요 사안에 있어서도 자율성이 보장된다. 기타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경영공시, 고객만족도 조사, 기능조정 및 공공기관 혁신 등 4개 분야에 한한다.

매년 공공기관 지정을 앞두고 적지 않은 공공기관들이 ‘기타공공기관’ 편입을 희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은, 시장 지배력이나 해당 기관의 기능 및 역할, 규모와 자산 등을 고려할 때, 준정부기관 이상으로 지정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대규모 기관이, ‘기타공공기관’ 항목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재부가 올해 1월 지정한 323개의 공공기관 중 공기업(시장형, 준시장형)과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 위탁집행형)의 수는 120개로, 전체의 37%를 차지한다. 나머지 63%의 공공기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는 정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국방과학연구소, 원자력통제기술원,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업무의 성격과 기능, 규모 등을 놓고 볼 때, ‘기타공공기관’ 지정이 적절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지적에는, “단순히 기타공공기관 지정 사실만을 놓고, 이들 기관들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시각은 편협하다”는 반론도 있다.

상당수의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고, 다른 법률에 따라 별도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 주장은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경우 민영화를 추진하는 기관들이란 점에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타공공기관 분류기준을 법령으로 명확하게 정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3년 5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공공기관 지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타공공기관 지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이를 시행령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타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직원 적원 외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유형 구분의 명확성이 저해되고 있다. 공공기관 유형 구분을 위한 기준을 시행령으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국회 예산정책처

바른사회시민회의 허지연 책임간사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기관들의 투명성 정도는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지연 간사는 “예를 들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경평(경영평가) 실적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더 자세한 정보를 공시하지만 기타공공기관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지연 간사는 현행 법이 정한 공공기관 지정 기준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지정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 간사는 “이질적인 기관들을 하나의 범주로 파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비판적 지적이 있다. 기타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경영공시 등 최소한의 의무만 부과하고 특별한 관리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정의 명확화와 더불어 지정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