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6253∼6838원 심의촉진구간 제시… 중간값 6545원에서 표결 가능성도
  • ▲ 전원회의.ⓒ최저임금위원회
    ▲ 전원회의.ⓒ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 공전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촉진하고자 심의구간으로 6253∼6838원을 제시한 가운데 노사 간 최소한의 명분을 살리는 6428~6518원선에서 접점을 찾을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요청으로 공익위원 측 심의촉진구간이 제시됐다. 공익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률을 3.7~13.4%로 잡아 하한 시급을 6253원, 상한 시급을 6838원으로 설정했다.

    산출근거는 하한은 지난 6월 말 현재 100인 이상 기업의 협약임금인상률 4.1%와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인상 전망치 3.3%의 중간값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상한은 하한 인상률 3.7%에 최근 3년간 소득분배 개선분 평균 2.4%, 협상조정분 7.3%를 더한 값이다.

    공익위원은 "상·하한액은 노사가 산술적 중간값(6545.5원)을 중심으로 심의해달라는 전제는 아니다"며 "제시된 구간에서 협상의 지혜를 모아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대 최초로 협상과정에서 수정안을 제출하지 못할 만큼 노사 간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심의촉진구간도 그동안 제시됐던 구간 중 가장 넓어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역대 심의과정을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노사 어느 쪽이든 퇴장하거나 불참하면 그걸로 끝이다. 1989년 이후 지난해까지 공익위원이 중재안이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것은 총 17번이다. 이 중 노사 합의나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6번이다. 나머지 11번 중 노동자위원 측은 4번, 사용자 측은 7번 각각 퇴장 또는 불참했다. 2012년의 경우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으로 4580~4620원을 제시했다. 심의과정에서 노동자위원이 불참하며 기권했고 이듬해 최저임금은 표결을 통해 사용자 측에서 주장한 4580원으로 결정됐다.

    노사가 퇴장 없이 표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다. 이때 노사가 주장한 인상률의 산술적 중간값과 공익위원 제시안의 차이는 0.05~0.2375%P였다.

    반면 노사 간 인상률의 중간값과 공익위원 안의 차이가 0.6%P 이상이면 퇴장이나 불참으로 이어졌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 측은 차이가 1.0%P 이상이면 퇴장했다. 노동자 측은 0.6~0.7%P 차이에서도 퇴장해 사용자 측보다 좀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측 인상률이 워낙 커 공익위원 안과의 차이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상태다.

    지금까지 공익위원이 단일 인상안 대신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적은 2012년 이후 올해까지 총 3번이다. 2012년은 사측 수정안인 4580원(6.0%↑)에서 노측 수정안의 96.6% 수준인 4620원(6.9%↑)을 심의촉진구간으로 내놨다. 노측이 심의에 불참하면서 사측이 주장한 4580원이 이듬해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지난해는 심의촉진구간으로 5940(6.5%↑)~6120원(9.7%↑)이 제시됐다. 노사는 각각 수정안으로 8100원(45.2%↑)과 5715원(2.4%↑)을 제시한 상태였다. 노측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 심의촉진구간의 중간인 6030원이 올해 최저임금으로 확정됐다.

    올해는 양상이 2012년보다 지난해에 가깝다. 노사 간 견해차가 첨예해 수정안조차 제출되지 못한 가운데 노측의 애초 제시안이 공익위원 안과 큰 차이를 보인다. 노동계가 지난해처럼 심의과정에 불참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심의촉진구간의 중간인 6545원 수준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에는 심의촉진구간의 최저 값이 사측의 수정안과 같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최저 값이 사측의 수정안보다 높았다. 올해는 수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6030원 동결을 주장한 사측 안과 공익위원 안의 최저 값이 다른 만큼 지난해처럼 심의촉진구간의 중간값이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올해는 구간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넓은 만큼 중간값보다 낮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다.

    사측이 퇴장할 가능성은 작다. 조선업계 구조조정 등으로 하청·협력업체가 속속 문을 닫는 상황 등을 고려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동결을 주장한 만큼 인상률을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퇴장 없이 표결에 나선다면 표결에 부칠 적정 수준을 찾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심의촉진구간의 중간값은 올해보다 8.5% 인상된 금액이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인상률이다. 최근 6년간의 인상률 추이를 볼 때 노측으로선 최저임금 인상률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어 최소한의 명분은 지킨 셈이 된다. 문제는 사측의 견해다. 경영계는 1998년 이후 18년 만에 수정안에서도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률을 동결하는 선에서 경영계가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인상률 8.1%를 적용하면 최저임금은 6518원이 된다.

    한편으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저임금의 안정화를 주장했던 만큼 최근 6년간 인상률의 평균인 6.6%를 적용해 6428원 선에서 표결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종합하면 공익위원 안의 중간인 6545원보다 다소 낮은 6428~6518원 선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제13차 전원회의는 오는 15일 오후 5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려면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일(8월5일)의 20일 전인 이달 16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밤까지 13차 회의를 이어간 후 자정을 넘기면 바로 14차 회의를 속개해 협상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간 견해차가 첨예한 만큼 올해도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전망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등 전체 위원 27명의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