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분석…가계부채 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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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과 소득을 동시에 따질 때 부실 위험이 큰 가구의 부채가 60조원을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4일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금융과 실물 측면을 모두 고려한 고위험가구의 부채 비중이 지난해 전체 가계부채의 7.0%(62조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5.7%(46조4000억원)와 비교해 1년 만에 1.3%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금액 기준으로는 무려 33.6%(15조6000억원)나 급증했다.

고위험가구는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 규모가 자산평가액을 초과한 가구를 가리킨다.

고위험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쓰고 있고 부동산 등 자산을 모두 합쳐도 빚을 상환할 수 없다.

부채가 경제적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차주 기준으로 살펴봐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한은이 100만명의 가계부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이나 저소득(하위 30%)으로 분류되는 취약차주의 대출액이 작년 말 78조6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가계대출의 6.2%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위험가구나 취약차주는 대출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부실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가계부채 리스크(위험)는 취약차주 중심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위험가구 부채가 급증했다는 것은 가계부채의 질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해석된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작년 말 가계가 진 빚은 1천344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141조2000억원(11.7%) 늘면서 연간 증가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저신용·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증가율은 17.1%로 훨씬 높았다.

다만,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번질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고소득(상위 30%) 차주의 비중은 65.5%이고 고신용(신용등급 1∼3등급) 차주도 65.7%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가계의 총부채 대비 총자산은 3.9배이고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은 1.2배 수준이다.

허 부총재보는 "가계 부문의 차주 분포나 금융자산 보유 현황, 금융기관 복원력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를 당장 위기로 볼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