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기업 상장 시 투자자 피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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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투자활성화를 위한 취지로 주간사의 추천을 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일명 ‘테슬라 요건’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장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테슬라 요건 도입을 통해 벤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슬라 요건은 상장 요건에 미달되지만 5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갖추고 상장주관사가 추천하는 유망 기업에 한해 상장을 허용하는 특례제도다.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따 테슬라 요건이라고 한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5일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저성장 기조를 미국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덕분”이라며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적자 상태에 있더라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상장 주관사의 자율성, 책임성을 확대했다”며 테슬라 요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 2월 한국거래소가 연 테슬라 상장 설명회에는 150여개 업체가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테슬라 요건 상장 ‘1호’ 업체로는 전자상거래, 소셜커머스 업체, IT벤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도 테슬라 상장을 노리는 업체들을 찾아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카페24’를 테슬라 요건을 활용해 상장 준비 중이다.

    카페24는 지난해 21억원의 영업손실, 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적자기업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언어권별로 현지화된 쇼핑몰 시스템을 갖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테슬라 요건을 활용한 상장은 아니지만 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들의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눈에 띈다.

    상장정보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현재 제약회사 올릭스와 유틸렉스의 상장을 주관하는데 올릭스의 당기순손실은 29억원이 넘고 유틸렉스는 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39억원에 달하는 의료기기 업체 젠큐릭스의 상장을 준비중이다.

    반면 테슬라 상장 소식에 주목받았던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 티몬, 위메프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업체인 배달의민족까지 테슬라 상장 유망기업으로 꼽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티몬의 경우만 삼성증권과 상장을 위한 검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티몬은 지난해 매출이 46% 상승한 286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2% 상승해 1585억원으로 적자다.

    한편 일각에서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을 상장했다가 손해를 볼 경우 그 피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테슬라 상장된 기업에는 ‘풋백옵션’ 의무가 있어 주관사가 어느 정도 손실에 대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의 90% 아래로 떨어지면 주관사가 공모가의 90%로 일반 청약자로부터 이를 다시 사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기업의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테슬라 상장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테슬라 요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주관사를 맡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테슬라요건 자체가 현재 적자를 보고 있어도 미래 성장성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일반 상장된 주식에 투자해도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테슬라 상장 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투자자들에게 더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