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자보 심사 진료비 통계 공개…보험업계·의료-한의계 다른 시선
  • 지난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위탁받은 이후 소위 '나이롱' 입원환자는 줄었지만 한방 진료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도덕적 해이를 막고 환자의 의료 혜택이 늘었다"고 자평했지만 자보 진료와 이해관계가 얽힌 보험업계, 의료계와 한의계는 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입원 환자는 줄고, 한방 환자 늘고

    최근 2년간 자동차보험 진료 환자의 입원율과 입원비 증가율 감소세는 뚜렷한 반면 한방 진료비와 환자 수 증가율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7일 최초로 공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차사고 진료 환자 204만명, 이에 따른 진료비는 1조6586억원에 달한다.


    진료비 규모 자체는 2014년, 2015년 대비 증가했지만 환자 수와 진료비의 연간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다.


    2016년 자동차보험 진료환자 중 입원 환자는 69만명(33.8%) 입원진료비는 1조 433억원(62.9%)으로 매해 꾸준히 감소했다. 반대로 외래진료비는 4511억원(31.7%)에서 6153억원(37.1%)로 증가해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 한방 진료비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4년 2722억원에서 2016년 4598억원으로 69% 증가한 반면, 의·치과 진료비는 1조1512억원에서 2016년 1조1988억원으로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준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청구한 요양기관 총 1만8327곳(58.5%) 중 청구빈도가 가장 많은 곳은 한의원(1만719곳)이다. 뒤이어 의원 4976곳(27.2%), 병원 291곳(5.7%) 순으로 많았다.


    다만 진료비 규모는 종합병원 4047억원(24.4%), 한의원 2968억원, 병원 2627억원 순으로, 종합병원의 진료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심평원은 입원 환자가 감소세라는 측면에서 기존 문제가 됐던 나이롱 입원 환자가 줄고, 한방 진료 등 환자의 의료 혜택이 늘었다고 자평했다.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관계자는 "입원은 줄고 한방진료비가 늘었다는 것은 조속한 원상 회복을 목적으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자동차보험의 목적과 부합하는 것"이라면서 "심평원 심사 효과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도덕적 해이 줄었다고? 갈길 멀다"…의·한 "억울"

    입원환자는 감소하고 한방 환자가 늘어난 데 대해 자동차보험 심사와 이해관계가 얽힌 보험업계와 의료계, 한의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들며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아왔다. 이는 나이롱 입원환자뿐 아니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방진료비를 포함한다.


    특히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전국 한방병원 절반에 달하는 138곳이 몰려있어 보험사들의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진료비는 광주 지역과 전북이 각각 96만원, 91만원으로 1, 2위를 다퉜다. 1인당 진료비가 높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입원비와 고가의 비급여 진료가 많은 한방진료비가 높다고 해석된다.


    보험업계는 "보약을 지어먹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한방병원과 한의원들이 자동차보험 비급여로 수익을 메우려하고 있다"면서 "지금보다도 더 엄격한 비급여 진료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보험업계와 심평원에 불만을 드러냈다. 심사 기준이 까다로운 의과 의료기관 대신 상대적으로 비급여진료 기준이 느슨한 한방 치료로 환자가 몰렸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중 환자 치료비로 인한 손해율은 10%도 안 된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상해에 따른 심리적보상 비용이 후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상해를 질병처럼 심사하는 심평원, 자신들의 손해를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인냥 떠넘기는 보험사 모두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방진료비 증가로 혜택을 본 한의계도 불편한 기색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고가 비급여 항목 위주로 한의계가 과도한 진료를 했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민들이 한방 의료기관 자동차보험 적용을 인지하고, 한방 치료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치료 효과성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