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제기 '박근혜 전 대통령 요청 따라 지시했다' 주장과 배치"경영권 승계 당연한 수순…심각한 문제라 판단 안해"
  • ▲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뉴데일리DB
    ▲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 사실을 몰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50차 공판에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지원한 것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제기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 부회장이 정씨의 승마지원을 지시했다'는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이날 최 전 실장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난 뒤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청 배경에 정씨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박 전 사장이 대통령과 최씨의 친분관계를 언급하며 '지원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하자, 자신의 승인하에 정씨의 승마지원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회장에게는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를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게 적절한지 고민하다가 결국 보고하지 않기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특검은 이같은 발언이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꼬리 짜르기'라 판단하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 부회장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승마지원의 개요 등 단순한 사항 등에 대해 간략히 말해 준 적은 있지만, 정씨에 관한 이야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며 "최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회장에게 보고해 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삼성 뇌물사건의 핵심 쟁점이자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로 지목된 정씨의 단독 승마지원이 이 부회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한 셈이다.

    더욱이 최 전 실장은 '자신은 미래전략실 총 책임자로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그룹 주요 사안들을 결정해왔다'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싫었다.

    그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만약 부회장에게 보고했다면 부회장이 스톱이라도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있다"며 "당시에는 시작하는 후계자가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이 옳지 않아도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한편 최 전 실장은 피고인신문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이건희 회장의 유고 시 경영권이 자연스럽게 승계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영권 승계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고, 이미 자제들간의 지분이 3:1:1로 정해져 있어 후계자로 인정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한 번도 복잡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상속세를 모두 납부해도 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부회장에게 '빨리 회장직을 승계해서 공식적으로 나서라'는 이야기도 수 차례 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