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새로운 의사결정' 돌파구가 없다"

[취재수첩] 멈춰 선 'M&A 시계'… CES 극찬 속 '삼성의 고민'

'AI-차세대 전장 기술' 극찬 속 조용한 마무리
총수 공백 장기화 'M&A' 급제동 등 어려움 호소

연찬모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1.16 06: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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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18'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 해의 기술 트렌드와 출시를 앞둔 혁신 제품들이 대거 공개되는 자리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모여 열띤 탐색전에 나섰다. 이들 기업의 수장들도 전시회에 참석해 자사 브랜드 홍보는 물론, 경쟁사를 방문해 기술력을 비교하거나 전략적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소니, 인텔, 퀄컴, 엔비디아, 화웨이, 포드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올해 사업전략 및 기업간 협업 계획을 소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로 2회째 기조연설 연단에 오른 화웨이의 리처드 유 CEO는 미국 통신사 AT&T와의 판매계약 불발에도 언락폰을 통해 우회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전 세계에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기업 총수와 CEO들이 전시장 곳곳을 방문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의 CES 방문은 개막 전부터 재계와 산업계의 큰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반면 참가업체 중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해 최첨단 기술과 관련 제품들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전 세계의 찬사 속에도 불구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빅스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 기술뿐만 아니라 하만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디지털 콕핏' 등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어느 때보다 걸출한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미래 자동차의 핵심 전장기술로 꼽히는 디지털 콕핏의 경우 9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수한 하만과의 첫 합작품으로,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올해 CES에서 삼성전자의 또 다른 인수합병 계획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나돌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었다. 행사 기간 중에는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돌파했다는 낭보가 쏟아져 나왔지만, 전시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사장단은 '삼성의 위기'만을 끊임 없이 강조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위기를 돌파하려면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하는데 지금은 제약이 많다. 큰 규모의 인수합병은 아직까지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전반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열린 'IFA 2017'에서 윤부근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다. 여러 전략을 짜고는 있지만 3년 뒤 5년 뒤를 위한 비전과 그를 위한 구조 개편과 M&A는 스톱돼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현재 삼성은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 결단에 대한 공백이 큰 실정이다. '삼성의 인수합병 시계가 멈췄다'는 말은 이미 오래 전에 나온 이야기다. 그 사이 수많은 글로벌 가전·IT기업은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졸면 죽는다'는 업계의 통설에도 불구하고 경영 공백에 따른 삼성의 위기는 1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사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불과 하룻밤이 지나면 지금의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앉아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번 CES에서 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총수 부재 속에서 이만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히려 아쉬움과 씁쓸함만이 남은 순간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다음달 5일 열린다. 멈춰진 인수합병 시계가 다시 작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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