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연임 성공…한미 양국간 금리 역전 현상 코앞금리차 따른 자본유출 보단 늘어난 가계부채 누증이 문제
  • 이주열 총재가 한국은행 역사상 44년 만에 연임에 골인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한미 금리 역전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조기 인상설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유임을 결정했다. 

44년 만의 연임은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인정받은 셈으로, 자신있게 통화정책을 펼칠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애초 이주열 총재의 임기 만료와 차기 총재가 자리하는 4월 전후로는 기준금리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봤다.

한은은 일반적으로 퇴임을 앞두고 후임 총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또는 인하 결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재의 연임으로 새로운 총재의 적응 기간과 공백 없이 통화정책을 연속적으로 펼 수 있게 되면서 조기 인상설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20~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책금리를 현 1.25~1.50%에서 0.25%포인트 인상하게 되면 10여년 만에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또 미국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3~4번 예고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한 후 두 차례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주열 총재는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은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역전 현상까진 갈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외환보유액이 상당수준이고 경상수치도 흑자를 이어가는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역전 현상이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자금유출의 단초가 될 수 있어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국내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데 업계의 의견이 모인다.

관건은 대내외적 걸림돌이다. 현재로서는 한미 금리차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보다는 1450조원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 누증으로 금리 인상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문제와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 등의 악재도 포진해 있다.

소비자 물가 수준도 아직 녹록치 않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1%대 초·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2% 목표치에 미달하는 1.7~1.8% 수준의 물가 상승률로 통화정책을 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4월 금통위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 후 처음 열리는 회의인 만큼 금통위 소수의견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5월을 금리 인상 시기로 보고 있다. 한미 양국간 금리 역전 현실화도 5월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반면 해외 IB기관들은 3분기 1회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이주열 총재의 연임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됐지만 여러 경제지표를 고려한 판단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기관들은 총재 연임 결정으로 기존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 기존 정책금리 전망을 유지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 본회의는 올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개최된다. 6번 남은 회의에서 이주열 총재가 통화긴축 신호인 매파적인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