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등 대기업들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일침신라호텔 현대차 LG 등 잇따라 “즉각 철수”
  • ▲ 한화그룹에서 운영하는 커피숍 빈스앤베리즈 전경 ⓒ 양호상 기자
    ▲ 한화그룹에서 운영하는 커피숍 빈스앤베리즈 전경 ⓒ 양호상 기자

    “재벌 2·3세는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사람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단호한 말 한마디에 대기업들이 초긴장 상태다. 카페, 베이커리 등 서민사업에까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던 재벌들에게 칼을 빼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후 재계가 한차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친기업)’ 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이 대통령의 말이어서 그 무게는 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때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의 생업과 관련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진노한 한마디의 파급은 컸다. 그리고 반응도 빨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26일 커피·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티제는 호텔신라의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24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호텔신라 전체 매출(약 1조7000억원)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같은 삼성계열인 홈플러스와 함께 만든 제빵업체 ‘아티제 블랑제리’ 지분 19%도 함께 정리하기로 했다. 아예 손을 떼겠다는 말이다. 호텔신라는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상생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도 구내 카페인 ‘오젠’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오젠은 양재 사옥과 제주 해비치호텔 2곳에 들어서 있으며, 정몽구 회장의 딸인 정성이씨가 업체의 고문으로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오젠에 대해 사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 중인 구내 매점이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아워홈도 순대·청국장 소매시장에서 철수한다. 아워홈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 구자학씨가 회장을 맡고 있고 구 회장의 네 자녀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아워홈의 순대 소매사업 연간 매출은 1억원 규모다. 아워홈은 “지난해 발표된 동반성장위원회의 순대·청국장 사업 확장 자제 권고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결과 소매시장에서 순대·청국장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끝없는 비판에도 꿈쩍 않던 재벌들이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신속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도 소상공업에 진출한 다른 재벌들의 철수 선언도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의 ‘포숑’,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달로와요’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말의 파급이 심상치 않다. 실제로 재벌 빵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시한 상황에서 업체들이 끝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