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만 검출…감염경로 '미스터리'
AI도 사상 최악...종식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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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캡처

     

    삼복더위가 한창인 7월에 구제역과 AI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통상 겨울이나 봄에 발생해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이면 잦아들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방역당국이 초긴장 상태다.

     

    지난 24일 경북 의성 돼지농장에서 3년3개월만에 구제역 확진 판명이 난지 나흘만에 인근 고령 돼지농장에서도 양성판정이 나왔다. 검출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O형'으로 4년전 무려 5조원대의 피해를 입혔던 '구제역 대재앙' 때와 같은 유형이다.

     

    AI도 도무지 잦아들줄 모른다. 지난 1월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이후 200일이 넘도록 계속되면서 최악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종식 선언을 코 앞에 둔 지난 25일 전남 함평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농가와 당국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념을 깬 7월의 구제역과 AI 발생에 더욱 우려하며 초기 선제적인 조치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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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구제역 '비상령'

    전국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구제역 질병위기경보인 '주의단계'가 발령된 것이다.

     

    차단 방역이 실시되고 예방접종 및 농가지도, 예찰 수준이 한층 강화됐다.

     

    구제역이란 소·돼지처럼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에서 발생하는 제1종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지정한 가축전염병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한 A급이다.

     

    감염되면 70~80%가 폐사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구제역은 한 번 발병하면 대재앙 수준으로 치닫는다. 2010~2011년 사이 구제역으로 348만 마리의 소·돼지 등이 살처분됐다. 직접 피해액만 2조7383억원에 달했다. 방역비와 매장 비용 등을 더할 경우 그 규모는 5조에 육박했다.

     

    간접피해액은 몇 곱절에 이른다. 매몰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 지하수 오염, 청정 이미지 실추, 수출타격 등을 감안하면 유무형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파 속도가 빠른 구제역은 반드시 선제적인 조치로 초반에 진압해야 한다.

     

    당장 중요한 것은 방역 등 신속하고 철저한 조치로 확산을 막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로 사람의 이동이 많은데다 한 달여 뒤면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이 다가오기 때문에 빨리 잡지 않으면 확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와의 협조를 통해 초동방역 및 예찰·소독,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백신접종 독려·확인과 의심축에 대한 철저한 신고가 필요하다.


    방역당국은 지난 2011년 구제역 대재앙 이후 꾸준히 백신접종이 이뤄져 대규모 확산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산발적인 추가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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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원없이 항체만 검출…감염경로 '미스터리'

    2011년 이후 3년여만에 발생한 이번 구제역은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우선 구제역이 어떤 경로로 들어와 돼지들에게 감염됐는지 아직 파악을 못하고 있다. 향후 확산 대책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힘들어진 것이다.

     

    경상북도 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의성의 구제역 발생과 역학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드러난 고령의 돼지 농장 2곳에 대한 혈청검사결과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항체가 나옴에 따라 일단 이곳에서는 구제역 발병 돼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항체를 갖게 됐는지가 오리무중이다. 야외바이러스감염 항체가 검출됐는데도 항원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특이한 사례라는 것이다. 항체 형성 경로가 파악되지 못하면 감염경로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 방지를 위한 뾰족한 예방대책을 세우기 힘들게 된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3, 4년 전 유행한 타입과 같다는 점도 걱정을 낳는다.

     

    당국은 당시 바이러스의 잔존 가능성과 주변국 유입 가능성을 함께 염두에 두고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료 및 분변 차량과 외부인 접촉 경로 등에서 특이점을 찾고 있으나 아직 한여름 발생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동물이나 보균동물이 있다면 바이러스는 외부 온도와는 무관하게 동물의 체내에서 증식을 거듭해서 다량의 바이러스가 복제돼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열대지방에서도 이 병이 연중 발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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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사상 최장기간 지속

    25일 전남 함평 오리농가 오리들에게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지난 1월 전북 고창에서 처음 발견된 AI가 무려 200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AI는 과거 겨울철에 주로 발병했으나 올해는 한여름에 확진이 나오고 있다. 과거 AI는 2008년 5월 12일 발병한 적이 있지만 7월에 발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겨울이나 봄에 발생해 여름 전에 끝났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토착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국이 AI발병 원인으로 지목했던 철새가 돌아갔음에도 AI는 가시지 않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없어질 것이라던 예측도 빗나갔다.

     

    이에 대해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로협력기구(EAAFP)는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는 야생조류에서 발생되지만 H5N8과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일반적으로 좁은공간의 비자연적인 환경에서 자라나는 가금류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AI는 기존 최장 기록인 2010년 139일을 훌쩍 넘겼을 뿐 아니라 살처분 규모도 1천400만 마리에 이르러 2008년 1천20만 마리 기록을 이미 갈아치웠다.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살처분 보상비와 소독비용 등 직접 피해액만 2500억원에 이르고 생계안정자금과 가축입식자금, 특별사료구매자금, 경영안정자금 등을 포함하면 4,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위축과 생계수출 중단 등으로 입은 간접손실 비용까지 계상하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도 나온다.

     

    문제는 진행이 계속되고 있는 AI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매몰처분 이후 추가 발병이 없을 것으로 보고 다음 달 중순께 AI 종식선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발병으로 종식선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9일 국무회의에서 돼지 구제역 발생과 관련해 "초기 진압이 관건이므로 발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그 근원을 제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또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방역 체계를 확실하게 갖추고 방역상황 정보를 정확히 알려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