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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대 후문 쪽에는 ‘와우공원’이라는 이름의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사실 이 공원은 한 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던 부지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파트는 준공된 지 4개월 만에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유명한 ‘와우아파트 붕괴 참사’였습니다.

    와우아파트가 준공된 건 1969년 12월 26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중 조상 격에 해당하긴 하지만, 최초의 아파트는 아닙니다. 최초의 아파트는 1930년대 중반에 세워진 충정로 ‘충정아파트’입니다. 이곳은 지금까지도 주거 및 상업용 건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충정아파트보다 30년이나 뒤에 세워진 와우아파트가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부실시공이 원인이었습니다. 건축업자들이 자재를 빼돌린 것도 문제였지만, 무리하게 짧은 시공기간 역시 큰 문제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6월 26일에 시작된 공사가 12월 26일에 준공됐다니, 아파트를 만드는 데 반 년 밖에 걸리지 않았던 셈입니다.

    금융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계좌이동제. 최근 1년 사이 주목받고 있는 변화만 해도 3개나 됩니다. 침체의 늪에 빠진 금융산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새 기술 및 제도의 도입은 바람직하고, 또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단,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금융당국이 ‘속도전’에 너무 신경 쓰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계좌이동서비스 시연회 및 서비스 협약식 축사’를 통해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계좌이동제는 국민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금융혁신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통신·보험·카드의 자동이체에 한해 30일 첫 서비스를 시작한 후 내년 2월 전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인데, 문제는 내년 2월까지 남은 기간이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3개월이라는 기간이 서비스 전면 시행을 위해 충분한 시간인지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생각해보면 더욱 염려가 커집니다. 오는 12월 예비인가가 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영업을 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마쳐야만 본인가를 내준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입니다. 준비 기간은 딱 6개월뿐이라는 얘깁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은 벌써부터 한숨을 내쉽니다. “TF팀 구성하는 데에만 한 달은 걸리는데, 6개월 만에 조직을 재정비하고 시스템을 짜서 영업할 수 있도록 어떻게 만드느냐”는 염려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와우아파트도 의도는 좋았습니다. 서울 인구는 폭증하고 땅은 한정돼 있으니 아파트라는 획기적 제도를 도입해 주거난을 해소하자는 의도였겠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 붕괴 참사라는 비극적 결과가 나타난 것일 테지요.

    아무리 좋은 의도로 도입하는 제도라도 서두르면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말했듯이 서울시민도 아닌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입니다. ‘빨리’보다는 ‘제대로’를 추구하는 금융혁신이 되길 제언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