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코리아 펀드 1조2천억 이상 자금 모아사모펀드 진입장벽 낮춰, 헤지펀드 활성화 및 치열한 경쟁 임박
  • ▲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뉴데일리
    ▲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뉴데일리

     

    올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시장의 판세를 바꾼 것이 단연 화제다. 지난해 신영자산운용의 마라톤 펀드에 이어 올해는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각광을 받았다. 또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모펀드 전성시대를 예고한 것도 의미가 크다. 특히 헤지펀드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한미약품 불공정거래 등 주가조작 의혹에 펀드매니저들이 다수 연루돼 업계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주기도 했다. M&A 등을 통해 주인이 바뀐 자산운용사도 있었다.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2015년은 87개 자산운용사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이자 위기의 시기였다.

     

    우선 올 한해 펀드시장은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 펀드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연초 이후 1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6월에 설정된 메리츠스몰캡 펀드도 30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특히 3분기에만 1조원 이상 빨아들이며 저력을 과시했다. 소형사에 불과했던 메리츠자산운용이 중대형사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존리 대표의 파격적인 행보가 있었다. 전체 펀드시장에 새로운 자극을 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또 올해는 사모펀드 전성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지난 10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모펀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금융회사 근무 경력이 3년 이상인 금융권 종사자는 누구나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되고 사모펀드 투자를 유도하는 광고도 허용됐다. 자기자본 20억원과 전문 인력 3명 이상, 공모펀드 자산운용사와 유사한 수준의 물적 설비요건 등만 갖추면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할 수 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나눠졌는데, 무엇보다 헤지펀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기존 87개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투자자문사 등의 신규 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가칭 그로쓰힐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엘케이자산운용, 파인밸류자산운용, 포엠자산운용, 한국교통자산운용 등 6개사가 전문사모집합투자(헤지펀드) 등록을 마쳤다.

     

    호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의 불공정 주식 거래 수사 대상에 다수의 펀드 매니저들이 연루되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한미약품발 불공정 주식 거래는 꾸준한 R&D투자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한미약품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간 친분을 통해 미공개 정보가 퍼졌고, 검찰은 여전히 자산운용사 수십여곳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이 주가조작으로 무더기 기소된 바 있다.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 종사자들이 금품을 받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에 가담하는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 M&A에 자산운용사들도 덩달아 새 주인을 맞이했다. 대다수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의 자회사인 관계로 모회사의 M&A에 따라 자산운용사 역시 자연스럽게 주인이 바뀐 것이다.지난 6월 중국 안방보험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생명 경영권 인수를 승인받으면서 동양자산운용의 주인이 안방보험으로 바뀌게 됐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에 흡수합병됨에 따라 따로 떨어지게 된 우리자산운용의 경우 키움자산운용에 인수돼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1일로 합병 1주년을 맞았다. 소형 자산운용사였던 키움자산운용이 중대형 자산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영업수익은 20배 이상 급증했고,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KDB자산운용(대우자산운용)의 경우 대우증권과 패키지로 M&A시장에 나와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우증권 인수를 노리는 KB금융,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모두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어 KDB자산운용 입장에서는 새 주인과 관계 없이 흡수합병될 운명이다. 약 4조원의 수탁고를 운용하는 칸서스자산운용 역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선택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지난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들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해 수익률과 애국심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들이 7%에 가까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자들의 이익을 고려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주총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난과 '애국심',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과 관계 등의 '캐스팅보트'로서의 고민거리가 많았던 시기였다.

     

    이외에도 삼성자산운용은 관리자산이 이번달에 2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1년 3월 100조원을 넘어선지 약 5년만이다. 200조원 규모는 글로벌 90위, 아시아 10위권 수준이다. 관리자산이 급증한 것은 삼성생명의 국내∙외 주식 및 채권 운용자산 50조를 직접 운용하게 됨과 동시에 펀드수탁고 및 국내외 연기금 등 20조원이 추가로 유입된 덕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의 페어몬트호텔을 5300억원에 인수하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542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며 높은 수익성을 과시했다. KB자산운용은 ‘KB 퇴직연금 배당40 펀드’로 장기 성과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