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기였던 2015년, 보험료 자율화·금리 인상 예고된 2016년


  • 저금리 기조에 따른 안전자산 이익률이 하락함과 동시에 성장 정체기를 겪었던 보험업계가 규제 자율화로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 주도 하에 내년부터 '무한경쟁시대' 본격 개막이 예고된 가운데 보험료 자율화로 손해율 하락 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저금리·저성장 터널 지난 보험업계, 보험료 인상 '러쉬'

    국내외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올해도 여전히 성장 정체기를 겪어왔다. 특히 보험사들의 수익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안전자산 투자수익률이 저금리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3%로, 보험부채(보험료 적립금) 적립이율 4.6%보다 0.3%포인트 낮았다. 보유자산에 적용되는 금리보다 부채에 대한 금리가 더 높은 역마진을 감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보험사들 대부분 국공채 중심으로 투자하는 등 안전자산을 운용함으로써 수익을 올리고 있는 자산운용구조를 갖고 있는 탓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공시이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수익 방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 11월에도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공시이율을 내려 종전보다 0.05%포인트 낮춘 2.95%를 적용, 연금보험 공시이율을 처음으로 2%대로 낮추기도 했다.

    공시이율은 금리연동형 보험 상품의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로, 은행으로 치면 예금금리에 해당된다. 예·적금 상품은 가입 시점의 약정이율이 만기까지 확정되지만, 보험 상품은 공시이율에 따라 매달 이율이 변동돼 환급금이 달라진다.

    또 그동안 보험사들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실손보험과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통해 보험료를 보험사들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덕분이다. 금융위는 이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됐던 표준이율을 없앴다.

    특히 자동차보험료의 경우는 이미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줄줄이 인상됐다. MG손보는 이달 30일부터 개인용 차량 보험료를 8.6%, 업무용 차량도 6.7%, 영업용 차량 역시 9.6%씩 올리기로 했다. 더케이(The-K)손보도 평균 3.9% 인상키로 했으며, 지난 7월 악사다이렉트의 5.4% 인상을 시작으로 최근 흥국화재(5.9%), 롯데손보(5.2%), 한화손보(4.8%), 메리츠화재(2.9%) 등이 보험료를 올렸다.

    손해율이 138%에 달하는 실손의료보험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고됐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며 운영해왔기 때문에 보험료 자율화가 시행되면 손해율을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은 보험료 인상 및 갱신을 통한 효율성이 제고됐고, 생명보험사들의 경우는 절판 이슈로 성장은 양호했지만 지속적인 저금리 압박으로 장기적 수익성이 약화됐다"며 "보험업 전반적인 규제환경은 보험료 통제가 완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제회계기준 2단계(IFRS4 Phase2) 도입 등에 대한 부담은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달 금융당국이 오픈한 보험 온라인슈퍼마켓 '보험다모아'로 보험료 통제가 가능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보험상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됐지만, 보험 가입 대상자별 가입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가 등재된 보험상품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탓이다.

    ◇보험료 자율화·美 금리인상 등 긍정적 요인 산재…IFRS4 2단계 도입은 부담

    미국이 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보험사들의 금리차 역마진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보험업계 '무한경쟁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도 성장 정체기를 지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앞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7년 만에 기존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수익을 발목 잡았던 금리차 역마진이 해소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리인상→투자수익률 상승→금리차 역마진 해소'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다.

    또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장성 보험 갱신 물량의 누적효과가 내년부터 가시화되는 점도 장기위험손해율 하락에 긍정적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따른 상품개발, 상품가격, 자산운용 등 보험사에 상당부문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또한 긍정적이다.

    그동안 규제로 인해 상품 개발이 미미했던 고령층, 유병자, 장애인 등 특수한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대두된 덕분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신상품 개발이 가능해져 보험사들이 위험율 차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된데다가 신계약 판매보다 유지율 위주의 영업이 전망된다"고 봤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손해율 개선을 위해 가입자가 3400만명에 달하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20% 넘게 올린다. 삼성화재 14%, 동부화재 25%, 현대해상 20%, KB손보 21% 등이다. 인상폭은 특약을 뺀 단독실손보험료에 적용된다.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가격 인상이 이뤄졌지만, 내년부터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BMW 등 고가차량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 보험료는 최고 15%까지 인상된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달 18일 로드맵 후속 조치로 '자동차보험 합리화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던 외제차 등 고가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로 손보사들의 손해율 개선에도 상당한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방안에 따르면 특정 차량 모델의 평균 수리비가 전체 차량 평균 수리비보다 12% 초과~130% 이하면 3%, 130~140%면 7%, 140~150%면 11%, 150% 초과면 15%의 할증요율이 적용된다.

    또 금융당국이 보완을 통해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 온라인(CM·Cyber Marketing) 자동차 보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1사 3요율제 허용으로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등의 CM형 자동차 보험 진입이 줄줄이 예정됐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주행거리가 적은 30~40대의 사무직이 유입되면서 온·오프라인 손해율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위험손해율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 온라인 자동차 보험 경쟁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고가차량 관련 제도 변경 효과로 자동차 손해율 하락이 예상되는 점 등이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내년도 순이익은 26.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오는 2020년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재정비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장래 손실 인식으로 인한 자본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장래 이익은 보장 기간 등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반면에 장래 손실은 즉각적으로 장부에 반영된다. 특히 금리확정형 부채의 부족한 준비금을 연동형 잉여준비금으로 상계하고 있는 생보사들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6년 IFRS4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는데 준비금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자율적 자본확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현재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ratio)이 높다고 해도 시가평가를 대비해 준비금잉여가 부족한 생보사들은 이익의 상당한 유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