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인위적 빅딜보다 경쟁력 회복이 근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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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는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경영위기가 심각한 양대 선사와 조선 3사의 구조조정부부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대형 선사인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현대상선과 함께 국내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마저 채권단에 몸을 맡긴 것이다.

    해운업은 정부가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한 업종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장기간 불황을 겪어오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기업 스스로 위기 해결이 불가능해진 현대상선은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부실의 원인인 용선료(선박 임대료)를 낮춰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대상선은 용선료를 낮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상선은 해외 선사에서 배를 빌려 운항을 해오고 있는데 임대료를 해운업 호황기에 책정하면서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한진해운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어서 채권단은 용선료 문제 해결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정부 차원의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역시 "국적 해운사가 2곳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해운업계는 외국 화주들이 한국 해운사는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정부의 개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사는 자구노력만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 지원 등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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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과 관련해서는 인위적 빅딜보다는 시장논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신중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을 섣부르게 합병했다가 조선 업황이 살아날 경우 중국 등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980년대 말 일본 조선소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도크를 폐쇄할 때 한국은 대형 도크를 늘렸고 그 결과가 지금의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밑거름이 됐다"며, "이미 중국 등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합병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조선업계의 위기 타개를 위해 합병보다는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회사 간 사업 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업황이 살아났을 때를 대비해 해양사업부문은 삼성중공업, 선박은 대우조선에서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일본 역시 1990년 대에 유사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펼친 예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대규모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형사 인력을 해외 또는 중소 조선소로 재배치하는 제안이 나왔다.

    양종서 연구원은 "현장 인력이 필요한 일본 조선소나 중소형 조선소로 사람을 보냈다가 나중에 일감이 회복되면 데려오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으면서 실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선업계에는 인원감축 태풍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전체 인원의 10% 이상을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 형태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 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4만2,000명의 인원을, 2019년까지 3만명 수준으로 낮추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며 "핵심인력이 유출되면 경쟁국인 중국 등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